<NEW국민은행배>진미정 코트의'왕거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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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평균 4.1득점에 1.7리바운드.

여자프로농구 현대 진미정(24·1m73㎝·사진)의 여름 정규리그 성적은 초라하다. 챔피언결정전에서도 2차전에서는 무득점에 그쳤다. 주전급 선수라고 명함도 못내밀 정도지만 부끄러운 기색이 없다.

오히려 당당히 자신을 '수비전문 선수'라고 소개한다. 화려한 드라이브인이나 통쾌한 3점슛도 없지만 '스타 죽이기'에는 자신이 있다.

겨울리그 때는 국민은행의 김지윤이 혀를 내둘렀고, 이번 챔피언결정전에서는 이미선(삼성생명)이 죽었다. 이미선은 자신의 마크맨인 진미정에 대해 "체격과 스피드가 좋아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다"고 울상이다.

팀이 패하기는 했지만 1차전에서 이미선을 1쿼터 무득점으로 막고 볼 배급을 차단해 팀의 초반 리드를 이끌었다. 2차전에서도 "1쿼터에 이미선 힘을 다 빼버려라"고 주문한 박종천 감독을 흐뭇하게 했다. '수비농구 명가' 현대의 팀컬러를 더욱 선명하게 하는 선봉장이다.

그는 수비가 좋다는 칭찬에 "감독님들이 하라는 대로 한 것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고는 "반성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무엇을 반성한다는 것인가.

1996년 전주 기전여고를 졸업하고 실업팀 현대에 입단한 진미정은 99년 5월 농구코트를 떠났었다.

"새벽·오전·오후·야간 네차례 훈련을 하는 데다 막내라 이것저것 잔심부름을 많이 했죠. 벤치에만 앉아있는 것도 싫었고요. 그냥 농구가 하기 싫어졌어요."

한달간은 생맥주집에서 종업원으로 일했고, 다섯달은 헬스클럽 코치를 했다. 그 후에는 그냥 집에서 놀았다.

"쉬는 날이 많아 몸무게도 많이 늘었죠. 몸은 편했는데 문득 내가 너무 철없이 쉽게 농구를 그만뒀다는 후회가 들더군요." 마침 부상선수가 많아진 현대에서 2000년 11월 복귀의사를 타진해 왔다.

1년반 만에 코트에 복귀한 진미정은 정말 '하라는 대로 했다'. 체력회복을 위해 진성호 당시 감독이 시키는 대로 웨이트 트레이닝을 5개월 넘게 했고, 정덕화 감독에게는 수비기술을 하나하나 지도받았다. 그렇게 1년이 지났고 자신도 믿지 못할 정도의 수비력을 갖추게 됐다.

박종천 감독은 "이번 시즌을 계기로 진미정은 강지숙과 더불어 팀 세대교체의 주역으로 성장했다"고 평가했다. "수비전문 선수로만 쓰기는 아까워 이번 시즌이 끝나면 공격력도 집중적으로 키울 생각"이라는 말도 더했다.

문병주 기자

◇오늘의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3차전

삼성생명-현 대

(오후 2시·장충체·MBC ESP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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