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 지원한 북한, 유족에 배상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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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북한 정부 차원의 테러지원 활동을 확인한 미국 법원 판결이 나왔다.

워싱턴타임스 19일자 보도에 따르면 미국령 푸에르토리코 담당 지방법원은 지난 16일 팔레스타인해방인민전선(PFLP)과 일본 적군파가 1972년 이스라엘 텔아비브의 로드공항(현 벤구리온공항)에서 자행한 테러 사건은 북한이 지원한 것이라고 판결했다. 로드공항 테러로 숨진 카멜로 칼데론-몰리나 등의 유족이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법원은 이같이 판결하고 7800만 달러(약 940억원)의 보상적 손해배상금과 3억 달러(약 3600억원)의 징벌적 손해배상금을 부과했다. 피고인 북한 측은 재판에 참석하지 않았다. 북한이 테러 사실을 시인하고 배상금을 지불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워싱턴타임스는 전망했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원고들은 북한 정찰총국이 로드공항의 테러를 자행한 테러리스트들에게 물적 지원을 제공했음을 입증하는 충분한 증거를 제시했다”며 “북한의 테러리즘 수출 예산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란의 테러 지원 활동에 부과한 전례에 따라 3억 달러의 징벌적 손해배상금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미 법원은 민간인 상대 테러리즘과 관련해 테러지원국의 연간 테러수출 예산의 3배에 상응하는 금액을 징벌적 배상금으로 부과해 왔다.

유족들은 “북한은 70년 적군파 소속 요도호 납치범들에게 숙소와 아지트·통신장비·시설·교통 등 편의를 제공하고 북한을 방문하는 테러범들과 혁명가들을 자유스럽게 만날 수 있도록 허용했다”며 “요도호 납치 이후 적군파가 북한을 국제본부이자 주요 활동 거점으로 삼을 수 있도록 지원했다”고 주장했다. 로드공항 테러 사건은 1972년 5월 30일 푸에르토리코 성지순례단이 이스라엘 로드공항에 도착했을 때 적군파 3명이 성지순례단과 다른 승객을 향해 총기를 무차별 난사하고 수류탄을 던져 민간인 26명이 사망하고 80명 이상의 부상자가 발생한 사건이다.

이번 판결로 북한의 테러지원 활동이 확인됐지만 북한의 테러지원국 재지정 문제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워싱턴의 외교소식통은 전망했다.

필립 크롤리 미 국무부 차관보는 지난달 말 “북한의 천안함 도발은 상대방 국가의 군대에 대한 공격으로 국제적 테러 행위엔 해당하지 않는다”며 “천안함 사건만으로 북한을 테러지원국 리스트에 올릴 수는 없다”고 밝혔다. 그는 “특정국가를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하려면 관련 법에 따라 중대하고 상세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워싱턴=최상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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