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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금융권 화제는 ‘CEO 리스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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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지난 6월 23일 국회 정무위원회. 민주당 이성남 의원은 이철휘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에게 이렇게 따졌다.

“KB금융 회장은 개인적으로 탐나는 자리였겠지만 공사의 사장직은 책임감이 남다른 자리다. 지원하려 했다면 직원들에 대한 도의상 사장 자리를 내놓아야 했다.”

‘CEO 리스크’를 지적한 발언이다. 이에 대해 이 사장은 “업무 수행에 차질이 없게 노력을 했고 공기업 평가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해명했다. 그는 지난해와 올해 두 차례 KB금융 회장 자리에 도전한 바 있다. 그 뒤 이 사장은 사의를 표명했지만 부장급 간부와 노조가 말려 사퇴 의사를 철회했다고 알려져 있다.

강정원 전 국민은행장도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하던 단체인 선진국민연대 출신 인사들과 접촉한 사실이 드러났다. 2008년 7월 황영기 전 회장과의 KB금융 회장 경쟁에서 패한 이후 이들에게 선을 대 지원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본인은 사임 후 입을 다문 채 최근 해외로 출국했다. CEO의 ‘외도’ 탓이었을까. 가장 탄탄한 고객 기반이 있다는 국민은행은 지난해 규모가 훨씬 작은 외환은행보다도 못한 실적을 냈다.

그뿐 아니다.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도 금융실명제 위반 혐의로 금융감독원의 조사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는 차치하고라도, 조사 사실 그 자체가 은행의 지배구조에 미묘한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게 은행권의 분석이다.

현재 인사 절차가 진행 중인 금융사들도 마찬가지다. 일 잘하는 CEO를 뽑으면 좋을 텐데, 이런저런 고려를 하는 바람에 시간도 많이 걸리고, 절차도 복잡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 또한 CEO 리스크의 한 단면이다.

금융사 CEO들은 때만 되면 직원들에게 거창한 구호나 사자성어를 내걸고 분발을 촉구하곤 한다. 하지만 정작 스스로는 무리한 욕심을 부려 조직을 흔들고 있지나 않은지 되돌아보길 바란다.

김원배 경제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