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기업 한국지사 대접 달라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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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프랑스계 통신장비 업체인 한국 알카텔의 임직원들은 요즘 신바람이 났다.

미국 등 세계 시장의 경기침체로 알카텔의 타 지역 지사들이 투자를 축소하며 어려움을 겪는 반면 이 회사는 본사로 부터 인력과 기술지원은 물론 마케팅·홍보 등에 이르기까지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알카텔 본사는 한국을 세계 주요 전략시장의 하나로 선정하고 차세대 주력제품을 개발하는데 있어 한국고객사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기로 했다.

이 회사로선 처음있는 일이다. 또 알카텔의 아시아 태평양지역 본사도 역내 16개 지사에서 진행되고 있는 10대 주요 프로젝트에 대한 지원사업에 한국 것을 4개나 포함시켰다.

한국 알카텔의 김충세 대표는 "미래 신제품 개발을 위해 한국 고객들의 의견을 미리 구하기 시작한 것은 그만큼 한국시장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다국적 소프트웨어 업체인 한국베리타스 소프트웨어는 지난 1일 '북아시아 지역'소속에서 '한국 지역 (Korea Region)'으로 분리 승격됐다.

이 회사는 지금까지 중국·대만·홍콩과 함께 '북아시아 지역'에 소속돼 있었으나 이번 지역 개편에서 독립 지역으로 분리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유일하게 홀로 하나의 지역을 구성하게 됐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이번 승격조치가 그동안 올린 뛰어난 실적과 더불어 한국시장의 잠재력과 성장 가능성을 크게 평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주한 외국기업들이 요즘 한껏 높아진 한국의 위상을 실감하고 있다.

최단기간 내 외환위기 극복과 월드컵의 성공적인 개최로 한국의 국제적인 위상이 치솟자 국내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들의 본사 인식도 사뭇 달라졌다.

최고경영진의 방한이 잇따르는가 하면, 본사차원의 지원이 대폭 강화되고 있는 것이다.

가전업체인 JVC 코리아는 최근 본사 최고경영자(CEO)인 테라다 마사히코 (寺田雅彦·58)사장이 방문해 며칠간 정신없이 보냈다.

회사 관계자는 "해외지사를 방문하는 경우가 극히 드문 테라다 사장이 지사 설립 2년이 갓 지난 한국을 찾은 것은 그만큼 본사에서 한국시장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방증"이라며 뿌듯해 했다.

대용량 저장장치 업체인 한국 EMC는 본사로부터 총 2천만달러(약2백40억원)를 지원받아 국내 최대 규모의 고객지원센터인 'EMC 인포토피아'를 오는 28일 여의도 63빌딩 안에 개장한다.

이 회사 정형문 사장은 "전세계적인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국내에 대규모 고객지원센터를 세우는 것은 한국 시장의 중요성과 본사의 전폭적인 지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포드 코리아는 본사 지원아래 전세계 주요시장에서 시행하던 '포드 환경문화 후원 프로그램'을 국내에서도 시작했다.

회사 측은 "한국 내에서 수입차의 점유율이 높아지고, 특히 포드와 링컨 차종의 판매량이 늘어나자 한국시장의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업용 소프트웨어 제공업체인 한국 오라클은 한국을 배우고 싶다는 본사와 다른 지역 직원들의 요청을 받아 잇따라 회의를 마련해 주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7월말 국내에서 아태지역 마케팅 매니저 미팅을 주선한데 이어 다음주에는 아태지역 홍보담당자 미팅도 개최할 예정이다.

유권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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