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업 테이프' 의혹 증폭 녹취 과정·제작 동기 석연찮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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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후보 장남 정연씨의 병역면제 의혹에 대한 결정적 증거가 담겨 있다는 김대업씨의 녹취테이프를 둘러싼 의혹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최근엔 金씨가 테이프 내용 중 일부를 언론과의 인터뷰 등을 통해 흘리면서 그같은 내용을 녹취한 과정과 동기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金씨는 언론에 "테이프는 약 1시간 분량으로 정연씨 병역 면제과정에서 한인옥 여사의 역할과 이를 은폐하기 위한 김길부(金吉夫)전 병무청장 등이 참석한 대책회의에 대한 증언이 담겨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金모 부사관의 진술=김대업씨는 정연씨의 병역면제 의혹에 대해 1998년 11월 말께 국군 수도통합병원 金모 전부사관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처음 들었다고 주장한다.

金씨는 이후 99년 초 金전부사관이 "91년 한인옥 여사로부터 중간 알선자와 함께 2천만원을 건네받고 정연씨의 병역면제를 알선했다"고 진술한 내용을 녹취해 테이프로 담아두었다고 했다.

그러나 당시 군·검 합동수사본부의 군측 수사팀장이었던 고석(高奭)국방부 법무과장은 "金씨로부터 그같은 내용을 보고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당시 서울지검 특수3부장으로 검찰 측 본부장이었던 명동성(明東星) 인천지검 1차장도 "金씨의 주장은 모르는 내용"이라고 했다.

明차장은 "군·검의 당시 수사에서 병역법 위반 시효(5년)가 지난 92년 이전의 면제처분에 대해선 수사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대책회의 열렸나=金씨는 정연씨의 병역면제 사실을 은폐하기 위한 대책회의에 관해선 지난 1월 4일 김길부 전 병무청장의 조사과정에서 들었다고 주장했다.

군 인사 청탁사건으로 긴급체포된 金전청장이 느닷없이 "이정연씨의 병역면제 의혹을 은폐하기 위해 대책회의를 열었다. 당시 신한국당 K·J의원과 수차례 만났다. 병역부표를 파기하고 병적기록부를 조작했다"고 진술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金전청장은 최근 이같은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이에 대해 金씨는 "당시 金전청장의 수행비서 金모씨를 조사하면서도 같은 내용의 진술을 확보했다"며 당초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왜 녹취했나=金씨가 98~99년 당시 공소시효가 끝나 수사 대상도 아니었던 정연씨의 병역면제 문제와 관련해 金전부사관의 진술을 녹취한 배경부터가 의문이다.

金씨는 "당시 병역비리와 연루된 특정 군기관이 나를 옥죄기 위해 '작업'을 벌여 방어차원에서 金전부사관을 다시 불러 녹취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당시 군 수사 관계자들은 "金씨의 병역비리 전력이 수사에 도움이 돼 수사 보조원으로 일을 시킨 것뿐인데 무슨 위협이 있었겠느냐"고 반문하고 있다.

또 金전청장이 대책회의를 했다는 진술이 사실이라면 金씨가 왜 이를 주임검사에게 명확히 보고하지 않았는지도 의구심을 사는 대목이다.

金씨는 "당시 병무비리 주임검사이던 노명선(明善)부부장에게 보고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부부장은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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