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美에 이라크戰 기지제공 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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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미국의 중동지역 최대 맹방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라크전이 벌어질 경우 미국이 자국 영토를 사용하는데 반대한다는 입장을 공식 발표했다고 7일 AP통신이 보도했다.

이라크전에서 교두보 역할을 하게 될 사우디아라비아가 자국 내 군기지를 사용하는 것을 반대함에 따라 미국의 이라크 공격 계획에 큰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사우드 알 파이잘 사우디아라비아 외무장관은 이날 AP통신과의 회견에서 "미군이 이라크를 공격하기 위해 어떠한 방법으로든 사우디아라비아 영토를 사용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이라크에 대한 공격이 불필요하다고 믿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이라며 "특히 이라크는 최근 들어 유엔의 무기사찰 결의안을 따를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이라크 지도 체제의 변화는 이라크 국민들로부터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우디아라비아는 1990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에서 비롯된 91년 걸프전 당시 미 공군기들이 이라크를 공습할 수 있도록 군기지를 제공했었으며, 전비(戰費)로 3백60억달러를 지불했다.

특히 수도 리야드 남쪽 80㎞에 위치한 프린스 술탄 공군기지는 걸프전뿐 아니라 아프가니스탄 전쟁 땐 지휘본부로 활용됐으며, 현재 미군 5천여명이 배치돼 있다.

이에 앞서 요르단과 터키 역시 미국의 이라크 전쟁을 반대한다는 뜻을 여러차례 밝히며 미군의 자국 영토 사용에 난색을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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