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펀드 장기투자 고려할 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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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세계증시 침체와 환율 하락으로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아온 해외투자 펀드에 이제는 눈길을 돌려볼만 하다는 주장이 슬금슬금 나오고 있다.

미국 주가가 그간 많이 떨어진 만큼 추가 하락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 첫째 이유다. 미 나스닥 지수는 2000년 3월 최고치 대비 76.5%나 떨어졌다. UBS워버그증권은 최근 미 주가가 바닥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며 지금은 바닥 형성의 초기 단계라고 주장했다.

또 미국 경기가 예상보다는 더디지만 하반기 이후 회복 추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점도 이같은 주가 바닥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게다가 지난 4월 이후 급락 추세를 보이며 해외펀드 수익률을 떨어뜨렸던 환율도 최근 안정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22일 1천1백65원까지 떨어진 뒤 6일 1천2백원대까지 반등했다.

삼성투신운용 해외영업팀 김주환 차장은 "금융자산의 일부를 위험관리·분산투자 차원에서 해외펀드에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2~3년을 내다보는 장기투자자라면 지금이 해외펀드 투자 적기"라고 말했다.

◇부진한 해외펀드 수익률=현재 해외 펀드들의 투자수익률은 전반적으로 부진한 상태다. 특히 투자 대상 국가의 증시가 부진하거나 주식 비중이 높았던 경우는 상당한 투자 손실을 보고 있다.

알리안츠투신운용이 지난해 6월 설정한 '동아시아블루칩주식펀드'는 지난달 31일까지 누적수익률이 -12.45%다. 이 펀드는 한국·일본·대만·홍콩·싱가포르 등 아시아 5개국의 블루칩에 60~90%를 투자하는 성장형 상품이다. 국민투신(옛 주은투신)이 지난해 6월 설정했던 '주은월드컵2002혼합1펀드'는 최근 3개월의 수익률이 -13.17%다. 이 상품은 미국·일본·독일의 다국적 기업에 투자한다.

또 지난해 상반기에 국내 투자가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던 시티가란트펀드도 현재 대략 2%의 손실을 보고 있다.

◇해외펀드 투자요령=투자운용사의 수익률이 꾸준히 괜찮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또 투자대상 국가의 향후 경제전망도 꼼꼼하게 파악한 뒤 투자해야 한다.

펀드평가기관 제로인의 김병철 부장은 "한국경제가 다른 국가들보다 견조한 성장 흐름을 보이고 있는 데다 미국경기 회복 지연으로 달러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해외펀드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피델리티투신 서울지점 이재형 대표는 "여유자금이 있다면 일시에 투자자금을 넣지 말고 6개월마다 분할해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먼저 채권형 상품에 돈을 넣은 뒤 조금씩 주식형 상품으로 옮기는 투자전략이 옳다"고 말했다.

하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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