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중 재래상가 온라인선 영업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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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지난 1일 서울 용산 전자상가의 컴퓨터·가전 판매업체들은 매장을 철시하고 일제히 휴가를 떠났다. 용산 전자랜드에서 소형가전을 파는 김현회(39)사장도 대열에 합류, 가게 문을 닫았다. 하지만 그는 남들과 달리 쉬면서도 장사를 짭짤하게 하고 있다. 휴가를 떠나면서 인터넷 경매 사이트인 옥션에 소형선풍기·헤어드라이어 등을 등록, 온라인 판매에 뛰어든 것이다.

보통 온라인 경매는 5~7일 정도 걸리기 때문에 金씨는 온라인 경매에 물건을 등록하고 휴가를 다녀와 낙찰자에게 물건을 부쳐주고 대금을 받으면 된다.

"예전에는 휴가 때면 완전히 장사를 쉬었죠. 그런데 지금은 인터넷 사이트에 경매 형식으로 물건을 올려놓은 뒤 휴가를 다녀와서 처리하면 되므로, 덤으로 돈을 버는 것 같아 자주 이용합니다."

재래시장 상인들의 휴가 풍속도가 바뀌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의 문을 닫고 휴가를 즐기면서 인터넷에서 경매나 공동구매를 해 매출을 올리는 상인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경기도 군포에서 의류매장 '보배'를 운영하는 유남례(30)씨는 다음주 월요일부터 떠날 4일간의 휴가를 앞두고 공동구매 사이트에 청바지 등 4~5종의 여성 의류를 올릴 계획이다. 휴가 중 해수욕장 근처의 PC방에 들러 구매 문의에도 응답할 계획이다.

지난 1일부터 종합상가를 시작으로 휴가를 떠난 동대문시장의 상인들도 상당수가 온라인 경매나 공동 구매를 등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경향으로 온라인 경매나 공동 구매 사이트에 등록된 물품 수도 휴가시즌 비수기인 7월 말~8월 초에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다.

옥션에서는 지난 7월 중순까지 하루 평균 5만9천~6만건의 경매가 이루어졌으나 휴가가 절정을 이룬 7월 말 이후에는 6만5천여건으로 늘었다. 이셀피아도 최근 1~2주 사이에 온라인 경매와 공동 구매 등록 건수가 평소보다 10% 이상 증가했다.

이처럼 재래상인들이 온라인 마켓플레이스(전자장터)를 많이 이용하는 것은 별도의 계약 없이 누구나 팔고 싶은 물건을 등록할 수 있는 편리함 때문이다.

그러나 휴가를 마치고 돌아와 경매나 공동 구매 참여 고객에게 한꺼번에 물품 배송을 하기 때문에 종종 배송 날짜를 못맞추는 문제도 발생한다. 이에 따라 옥션은 게시판에 "상인들의 휴가로 인해 배송이 일부 늦어질 수도 있다"는 공고를 내고 고객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있다.

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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