身檢부표 파기 누가 결정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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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검찰이 한나라당 이회창 대통령후보 등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김대업씨를 이번주 중 소환 조사키로 함에 따라 李후보 아들 정연씨의 병역면제 과정에 대한 수사도 함께 시작됐다. 이번 수사는 표면적으로 명예훼손을 둘러싼 金씨와 한나라당 간의 맞고소·고발에 따른 것이지만 명예훼손 여부를 가리기 위해선 정연씨의 병역면제 과정을 규명해야 한다.

◇수사 쟁점=이번 수사의 가장 큰 쟁점 중 하나는 1997년 대선을 앞두고 김길부 당시 병무청장과 한나라당 관계자들이 수차례 대책회의를 열고 정연씨 병역 문제를 은폐하기 위해 신체검사 부표 파기 등을 결정했느냐의 여부다.

김대업씨는 "올해 초 서울지검 특수1부의 병역비리 수사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金전청장에게서 이같은 진술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 대책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의 대화가 담긴 녹취록을 갖고 있다"는 말도 했다.

李후보 부인 한인옥 여사가 1990년 정연씨의 병역면제 과정에 개입했다는 김대업씨의 주장도 또 다른 쟁점이다. 이미 공소시효(5년)가 지나 사법처리와는 무관하지만 韓여사의 개입사실이 확인될 경우 도덕성에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와 함께 정연씨의 병적 기록 일부에 사진이 붙어있지 않아 각종 기록이 변조됐을 것이란 민주당의 주장도 검찰이 밝혀내야 할 부분이다.

◇수사 전망=검찰 수뇌부가 병역비리 전담부서였던 서울지검 특수1부에 이번 사건을 배당한 것에 대해 한나라당이 강력 반발하고 있어 수사가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이 이번 수사를 지휘할 박영관 특수1부장 등을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고발키로 해 검찰과의 신경전이 예상된다.

이에 검찰 일각에선 "아무리 공정하게 수사해도 한쪽에선 불만을 가질 게 뻔한 데다 시일이 많이 지난 일들이어서 수사가 빠르게 진행될 수 있겠느냐"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일단 시작한 수사를 검찰이 질질 끌 수는 없는 만큼 수사 결과에 따라 김대업씨와 한나라당 중 한쪽은 책임을 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따라서 김대업씨가 수사 초기 자신이 주장한 대로 신빙성 있는 물증을 제시할 수 있느냐가 향후 수사를 좌우하는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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