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플레이어… 주전 경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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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아시안게임 5연패라는 목표가 상당한 부담이 되는 건 사실입니다. 밤에 잠도 잘 안 올 정도니까요. 그렇지만 선수들이 어느 때보다도 끈끈하게 하나로 묶여있다는 게 큰 위안이 됩니다."

남자 핸드볼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김태훈(39·충청하나은행)감독은 핸드볼계에서 세대교체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지도자다. 지난 6월 대표팀 사령탑에 오른 그로서는 이번 아시안게임이 지도자 역량을 시험하는 첫 국제무대인 셈. 1일 태릉선수촌 오륜관에서 땀을 뚝뚝 흘리며 선수들을 훈련시키는 그의 표정엔 의욕과 근심이 교차했다.

국내 핸드볼은 최근 '위기의 계절'을 맞고 있다.남자 핸드볼은 올초 아시아선수권에서 4위에 그쳐 세계선수권대회 출전 기회마저 상실했고, 여자 핸드볼도 1일 폐막한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9연패에 실패하고 준우승에 머물렀다. 지난 5월 대한핸드볼협회 신임회장 선출과 관련해 불거진 핸드볼계 내부의 파벌 싸움은 아직까지도 후유증이 계속되고 있는 상태. 안팎의 시련을 모두 극복하려면 결국 좋은 성적을 내는 수밖에 없다.

김감독이 들고 나온 새로운 훈련 방법은 '히딩크 스타일'과 빼닮았다. 한 선수가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하는 '멀티 플레이어' 육성이 한 예다. 소속팀에서 라이트백을 맡고 있는 이재우(코로사)는 이날 훈련에선 라이트윙·라이트백·센터백을 번갈아가며 맡았다. 김감독은 "유럽 핸드볼리그가 9월에 시작하기 때문에 윤경신(독일 굼머스바흐)과 지난 6월 스위스 클럽팀으로 건너간 황보성일 등 해외파들이 아시안게임 때 복귀할지 불투명하다. 최악의 경우 이들이 못뛸 것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한 선수가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 포지션에 두세명이 주전을 차지하기 위해 경쟁을 벌이는 것도 히딩크식이다. 레프트백 자리를 놓고는 이준희(코로사)와 이병호(두산그린)가 격돌하고 있으며, 센터백을 놓고는 백원철(코로사)·윤경민·장준성(이상 충청하나은행) 등이 경합하고 있다.

태릉=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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