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 처리·진공 포장 … 없어 못 파는 ‘찰옥수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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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지난 8일 경북 군위군 소보면 신계리 ‘군위찰옥수수’ 영농조합.

들녘을 따라 띄엄 띄엄 보이는 마을 뒤에 자리잡은, 지역 농민들이 운영하는 옥수수 가공식품 공장이다.

영농조합법인 군위찰옥수수 손태원(60) 대표이사는 먼저 시판 중인 상품을 보여 주었다. 간판 상품은 ‘알록이’. 옥수수 낱알이 짙은 보라색과 노란색으로 섞여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군위찰옥수수는 군위지역에서 재배된 찰옥수수에 한약재를 첨가한 뒤 쪄서 진공 포장해 손쉽게 먹을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경북 군위군 소보면 신계리 군위찰옥수수 영농조합 직원들이 옥수수를 손질하며 군위찰옥수수를 자랑하고 있다. 왼쪽에서 셋째가 손태원 대표이사. [프리랜서 공정식]

“알록이는 주문이 폭주해 이달 들어 재고가 바닥 났습니다. 없어서 못 팔아요. 다음달 햇옥수수가 수확될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지난해 사들여 냉동창고에 보관해 온 찰옥수수가 동이 난 것이다.

손 사장은 “서울 등지 대도시의 대형 마트가 알록이를 대부분 주문한다”며 “이제 판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시장에서 신뢰를 얻었다”고 자랑했다. 비슷한 제품이 판매되지만 소비자들이 군위찰옥수수만 찾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는 것. 그는 “옥수수가 포만감을 느끼게 하면서도 칼로리는 낮아 젊은이들이 추구하는 다이어트 웰빙과도 딱 맞다”고 강조했다.

군위 찰옥수수는 원료가 되는 옥수수 재배부터 한방 가공, 진공 포장, 판매 등을 조합원인 농민들이 모두 처리하는 것이 특징이다.

제조 공정 한 곳을 들렀다. 아주머니 셋이 냉동창고에서 꺼낸 옥수수를 작두로 자르고 있었다. 학교 급식용 찰옥수수를 만드는 곳이다.

낱알이 촘촘하면서 잘 자란 옥수수는 통째로 알록이가 된다. 그 다음 품질의 옥수수는 작두로 토막 내 대구·경북 지역 학교 급식용으로 쓴다.

작두 작업을 하던 주민 김복자(57·소보면 송원1리)씨는 “농사 지으면서 틈틈이 하는 부업”이라며 “수입이 짭잘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올해 찰옥수수를 많이 심었다”며 “옥수수를 깔 때는 30여 명이 나와 돈을 번다”고 덧붙였다.

군위군에서 찰옥수수 재배를 시작한 것은 2005년. 처음엔 옥수수를 재배하기만 했다. 소보면 주민들은 좀더 적극적이었다. 귀농한 손 사장 등을 중심으로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가공을 시도한 것. 경북도는 옥수수 가공을 높이 평가해 2008년 부자마을 1호 사업으로 선정한 뒤 시설 등을 지원했다.

영농조합은 가공으로 판로가 안정되면서 옥수수를 비싼 값에 더많이 수매할 수 있게 됐다. 찰옥수수 재배는 벼농사의 평균 1.5배 수입이다. 찰옥수수 작목반은 지난해 67호에서 올해는 100여 호로 증가했다. 재배 면적도 30㏊에서 지난해 50㏊, 올해는 90㏊로 늘어났고 내년엔 150㏊까지 예상하고 있다. 이미 조금씩 벼를 대체하고 있다. 주민들은 먹을 양식 정도만 벼를 심고 나머지는 모두 찰옥수수를 심을 태세다.

알록이 등 상품 매출도 지난해 5억원에서 올해는 10억원 증가를 예상한다. 손 사장은 “내년쯤엔 첫 배당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경북도 신재걸 농업정책과장은 “군위찰옥수수는 어떻게 농촌이 부자마을이 될 수 있는 지를 보여 주는 좋은 사례”라고 말했다.

글=송의호 기자
사진=프리랜서 공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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