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연수생제 개선안은 개악안":문제점 뭔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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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정부는 당초 기존 산업연수생제를 외국인 고용허가제로 대체할 방침이었다. 고용허가제가 산업연수생제 운영 과정에서 노출된 송출 비리와 외국인 근로자 인권문제, 불법체류자 증가 문제 등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현행 산업연수생제는 외국 인력공급기관이 보낸 외국인인력을 중기협에서 일정한 기준을 갖춘 제조업체에 일괄 배정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연수생들의 법적 신분은 근로자가 아니며 노동관계법의 적용을 받지 못해 인권문제와 불법체류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3~5월 법무부에 자진신고한 불법체류 외국인 근로자는 26만명이나 됐다.

하지만 노동부의 고용허가제 도입 방침은 관계부처들의 반발에 부닥쳤다. 산업자원부와 중기청은 고용허가제를 도입할 경우 기업들의 인건비 부담이 급증하고, 노사분규를 조장할 가능성이 있다며 반대했다. 법무부는 기업들의 인력수요 증가로 자칫 불법체류자만 늘릴 수 있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정부는 산업연수생 수와 고용대상 업종의 범위를 늘리는 선에서 개선안을 마련했다.

새 제도는 오는 11월부터 시행될 예정이지만 벌써부터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용허가제를 도입하되 외국인근로자 감시감독을 강화하는 방안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민대 이광택(경제학) 교수는 "정부가 외국인 고용업체 및 외국인 입국기준만 정해놓고, 인력수급을 시장에 맡겨두면 송출국과 국내 관리기관들의 비리는 대폭 줄어들 것"이라며 "노동법 적용으로 인권문제도 자동 해결된다"고 말했다. 군산대 이의영(경제학) 교수는 "고용허가제만으로는 불법체류자 양산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며 "출입국 심사를 더욱 강화하고,외국인근로자 관리명단을 만들어 근무기간이 만료된 외국인들을 철저하게 본국으로 되돌려 보내는 조치가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봉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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