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스트롱 4연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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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사이클은 연극이 아닌 스포츠지만, 레이스는 언제나 연극 이상의 극적인 아름다움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믿는다."

최근 프랑스의 한 사이클 전문지와의 인터뷰에서 말한 것처럼 랜스 암스트롱(30·미국)이 투르 드 프랑스(프랑스 도로일주 사이클대회)에서 대망의 4연패를 달성하며 연극 이상의 진한 감동을 전세계 사이클 팬들에게 선사했다.

암스트롱은 29일(한국시간) 멜룽을 출발, 파리 샹젤리제에 골인한 마지막 20구간(1백44㎞) 레이스에서 1백53명의 선수 중 1백51명과 함께 3시간30분47초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전날까지 종합기록에서 2위 호세바 벨로키(스페인)와의 격차를 7분17초로 벌리며 사실상 우승을 확정했던 암스트롱은 이 차이를 그대로 유지하며 총연장 3천2백77.5㎞의 레이스를 82시간5분12초에 마감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암스트롱은 자크 앙케티(프랑스)·에디 메르크스(벨기에)·베르나 이널(프랑스)·미구엘 인두라인(스페인)에 이어 투르 드 프랑스 역사상 다섯번째 4승의 주인공이 됐다. 우승확정 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직접 전화를 걸어 4연패를 축하했으며 귀국 후 그를 백악관으로 초청했다.

1993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며 사이클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암스트롱은 96년 고환암 판정을 받아 한쪽 고환을 떼어낸 것은 물론 암세포가 뇌까지 전이돼 뇌조직 일부를 제거하는 대수술을 여러차례 받았다.

'선수 생명이 끝났다'는 주위의 평가를 뿌리치고 불굴의 재활 노력으로 기적처럼 재기한 암스트롱은 명실공히 사이클 황제로 군림해 오고 있다.

특히 투르 드 프랑스는 알프스 산맥과 피레네 산맥을 포함한 3천2백여㎞를 3주 가까이 달려야 하는, 인간 한계를 시험하는 레이스이기에 그의 우승은 감동을 더하고 있다.

신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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