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학생이 거둔 눈물의 승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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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체 1급 휠체어 장애인인 박지주씨에 대한 학습권 침해를 인정하고 소속 대학에 배상을 명령한 지난 26일의 서울지법 판결은 허울 좋은 제도만 내세울 뿐 실질적인 운용은 나 몰라라 하는 우리 사회의 관행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재판부는 대학 측이 장애인용 책상의 설치, 강의실의 저층 배치 노력, 장애인 학생 돕기를 장려하는 도우미 프로그램 개발 및 도입, 식당 급수대 앞의 턱 제거 등 많은 비용과 시간을 들이지 않고도 학교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하지 않은 점을 질타했다고 한다.

소외계층에 대한 배려의 하나로 교육부는 1995년 대학에 '장애인 특별전형'이라는 제도를 권고했지만 지금껏 전국 4년제 대학 1백94교 가운데 고작 20여곳만이 채택했을 뿐이며, 그나마 이들 학교의 장애인 학생에 대한 배려는 크게 미흡한 것이 현실이다. 배움에 대한 권리는 누구에게나 동등하다. 더욱이 학습권에 대한 보장은 취업에 대한 가능성을 높임으로써 장애=빈곤의 사슬을 끊을 수 있는 토대가 된다. 취업을 통해 장애인들이 자립함으로써 온전한 생활인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함에도 장애인은 학교 편의 시설 미비, 버스 등 대중교통 시설 미비 등으로 그들의 권리를 빼앗기고 있다. 특수교육이 필요한 학령기 아동(6~17세)은 약 20만명을 넘지만 겨우 5만명이 특수학급 등에서 교육받고 있다. 일반학교의 통합교육도 말뿐으로, 장애인을 기피하는 학교가 태반이다. 공식적으로 1백45만명, 비공식적으로 4백만명에 달하는 장애 인구의 51.6%가 초등학교 졸업 이하의 학력에 머물러서는 장애인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란 요원하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일반 초·중·고교는 물론 대학도 장애인에 대한 문호를 적극 개방해 이들이 불편없이 공부하게끔 배려함으로써 더 이상 2중고로 눈물 짓는 장애인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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