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읽기 BOOK] 김정일과 북핵의 미래, 게임이론으로 내다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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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프리딕셔니어, 미래를 계산하다
브루스 부에노 데
메스키타 지음
김병화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408쪽, 1만6000원

“김정일의 북한정권에 매년 10억 달러를 주라.” “북한에 핵무기생산 프로그램의 ‘해체’가 아니라 중지를 요구하라.” “중국은 북한을 방어하겠다는, 그리고 미국은 북한을 공격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공개적으로 하라.”

이거 얼핏 불쾌하게 들린다. 온통 북한에 유리한 듯한 주장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대판 노스트라다무스’로 불리는 지은이는 북핵문제와 관련해 이렇게 제안한다. 북한과 국제사회의 이익이 합치하려면 이것이 최선이란다. 뉴욕대학교 정치학과 석좌교수이자 ‘메스키타앤드런델’이란 예측컨설팅 회사의 공동회장인 ‘예측가’이기에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게임이론에 바탕을 둔 미래예측가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체제 유지를 위한 ‘생명줄’이라며 그 점을 인식하고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제안한다. 사진은 2007년 인민군 창설 75주년을 맞아 평양 김일성광장을 행진하는 여성 수병들 모습. [중앙포토]

그의 논거는 이렇다. 우선 김정일은 비합리적이며 변덕스럽고 위험한 바보가 아니란다. 오히려 영리하고 솜씨 좋으며 악랄한 선동가로 본다. 세습으로 권력을 잡았지만 쿠데타 위협이 잠재해 있는 나라에서 오랫동안 권좌를 지켜낸 것이 그 증거라고 한다. 그런 그가 취약한 경제에도 불구하고 핵무기를 개발해 북한을 세계무대의 위험 요소로 부각시켜 거의 모든 나라의 관심대상이 되게 한 것은 계산된 전략이라고 해석한다.

지은이는 김정일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권력 유지라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서는 내부적으로는 군부의 충성심을 유지하고 경쟁자들을 억압해야 한다. 외부적으로는 미국과 한국의 ‘체제 전복 위협’을 봉쇄해야 한다. 이 두 가지를 만족시키기 위한 생명줄이 핵무기라는 것이 메스키타 교수의 분석이다. ‘침공’의 대가를 비싸게 만들어 외부 위협을 덜 수도 있고, 핵무기 개발 중단의 대가를 챙겨 체제유지세력을 달랠 수도 있기에 김정일의 카드로는 상당히 유용하기 때문이다.

그는 2004년 핵무기 생산능력 파기 요구는 합의가 불가능하거나 합의를 하더라도 오래 가지 못 할 것이란 예측과 함께 김정일에게 위협만 가할 게 아니라 그의 이익과 국제사회의 이익(핵무기 위협 제거)을 양립시키는 방안으로 미 정부에 앞서의 파격적 제안을 했다고 한다. 이후 상황은 상당 부분 그의 예측대로 전개되며 아직도 북핵문제는 숙제로 남아있다.

지은이는 어떻게 이런 예측을 할 수 있었을까. 30년을 천착해온 게임이론과 이에 바탕한 수많은 경우의 수를 계산해주는 컴퓨터가 그 바탕이 됐다.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에게 가장 이로운 일을 하게 마련’이라는 가정에 근거한 게임이론의 수학적 모델은 일반독자의 관심사가 아니다. 하지만 이란· 이라크와 미국의 관계 등 미래는 물론 스파르타의 몰락 이유 등 과거의 ‘가지 않은 길’까지 다룬 책 내용은 흥미진진하다. 눈 밝은 독자라면 교훈도 얻을 수 있고.

김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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