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집단소송제] 미국은 어떤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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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전세계에서 증권집단소송이 가장 활발한 미국은 매년 소송 건수와 금액이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1991년 164건이던 소송 건수는 94년 231건, 2001년 487건을 기록했다. 95년과 98년 두차례에 걸쳐 소송요건을 강화했지만 증가세를 막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지난해 말 "미국 기업들이 소송으로 멍들고 있다.의회가 나서 기업을 보호할 법을 만들어야 한다"며 '소송 망국론'을 제기할 정도다.

집단소송의 원인은 분식회계가 가장 많다. 분식회계를 이유로 한 소송 비율은 90년대 중반까지 30%선에 머물렀으나 98년 이후 절반을 넘어섰다. 객관적으로 입증하기 쉽고 주가와의 연관성도 크기 때문이다. 종전에는 장래의 매출 및 이익 전망 등 예측 정보에 대한 소송이 집단소송의 주류를 이뤘으나 95년 이를 제한하자 분식회계로 소송이 몰린 것이다.

분식회계 중엔 매출이나 주당 순이익 등 수익을 과대계상한 경우가 3분의 2가량을 차지한다. 자산 과대평가와 회계추정 오류, 부채 과소평가 등 가벼운 회계처리 실수도 집단소송의 빌미가 됐다. 최근엔 특히 기업이 과거의 회계오류를 수정하는 재무제표 재작성(Restatement)과 관련한 소송이 급증하고 있다. 이와 관련된 소송은 91년 한 건도 없었으나 98년 51건으로 늘었다. 정보기술(IT)업종은 컨설팅이나 라이센스 계약, 유지보수 서비스 등에 관한 소송 비율이 높은 편이다.

미국의 집단소송은 주가가 하락할 때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소송이 최종판결까지 가는 경우는 드물다. 경영에 막대한 지장을 받게 되는 기업들이 소송을 제기한 주주들과 서둘러 타협하기 때문이다. 91~99년 제기된 전체 소송 1571건 중 법원 판결이 이뤄진 것은 2%에도 못미치는 27건에 불과했다. 대다수인 82%은 법정 밖 화해로, 16%는 법원의 소송 기각으로 종결됐다. 화해가 이뤄진 경우 배상액은 소송을 제기한 투자자들이 주장한 피해금액의 3.3%에 그쳤고, 이 중 3분의 1을 소송을 대리한 변호사가 챙겼다.

특별취재팀=정경민.김동호.나현철.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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