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경제 최근 일련의 변화 "중국개혁 초기와 비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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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북한이 최근 취하고 있는 일련의 경제분야 개혁조치는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이 지난해 11월 내린 특별지침에 따른 것이며 중국의 개혁·개방 초기와 유사하다고 임동원(東源)청와대 외교안보통일특보가 25일 밝혔다. 특보는 이날 한국정치학회가 주최하고 중앙일보가 후원한 '남북한 관계의 회고와 전망'이란 주제의 학술대회에서 "金국방위원장이 지난해 중국과 러시아 방문 직후 이 지역에 경제전문가를 보내 연구시키는 등 오랜 준비를 해왔으며, 그 결과를 슬슬 실행에 옮기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보는 "북한이 기업자율권을 인정해 당위원장 대신 전문성을 가진 지배인이 책임지고 공장·기업소를 운영토록 하고 있으며, 중앙정부가 세부적인 생산계획까지 내려보내던 것과 달리 이제는 기업 자체로 계획을 세우고 결과를 책임지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화폐제도 손질과 환율조정 문제에 대해 특보는 "아직은 실시하지 않고 있으나 물가 현실화로 유통 화폐단위가 높아져 고액권이 발행되고 환율도 현실에 맞게 바꾸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서 "이는 북한이 나진·선봉 경제무역지대에서 수년 전부터 시행해온 것으로 이를 전국적으로 확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고위 당국자가 북한의 경제개혁 움직임에 대해 확인하고 이를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특보는 북한의 배급제 폐지설에 대해서는 "배급제를 전면적으로 폐지했는지는 의문"이라면서 "북한은 군인이나 공안기관 근무자 등에게는 배급제를 유지하되 그 이외의 주민들은 식량 등을 시장이나 국영상점에서 구입토록 하는 단계적인 방안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특보는 "북한이 중국의 개혁·개방 초기 경제개혁 내용과 거의 비슷하게 가고 있다"면서 "우리 정부가 대북정책에서 목표로 해온 북한의 개방과 시장경제로의 유도 쪽으로 북한이 시작하려는 인상"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고려대 유호열(浩·북한학)교수는 "북한이 남북관계가 냉각기에 접어들어 압력이 가중되던 이달 초 이런 조치를 취한 것은 적극적으로 살 길을 모색하기 위해서일 것"이라며 "남측의 화해·협력정책 결과라고 단정하는 것은 아전인수격으로 비춰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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