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택총무 '빨치산 발언' 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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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23일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이 10시간45분 동안 지연됐다. 한나라당 이규택(揆澤)총무의 '빨치산' 발언이 빌미가 됐다.

총무는 오전 당직자회의에서 "(민주당이)정책여당이라면 정책대안과 미래 청사진을 제시해야 하는데도 시종일관 흠집내고 있다. 흑색선전하는 일종의 빨치산 집단 같은 느낌을 어제 받았다"고 말했다. 순간 옆에 앉아 있던 서청원(徐淸源)대표는 '취소해'라며 손사래를 쳤다.

그러자 총무는 바로 "다시 표현하면 파르티잔(partisan·徒黨), 파티(party·정당)의 의미"라며 "지리산 빨치산 의미는 아니다. 빨치산 취소한다"고 했다. 이어 "(민주당이)정당이 아닌 집단이란 의미로 썼는데 발음이 좋지 않아서…"라고 말끝을 흐리기도 했다.

발언을 전해들은 민주당은 펄쩍 뛰었다. 의총을 열어 오전 10시로 예정된 본회의에 불참했다. 총무에 대한 문책과 이회창(會昌)대통령후보의 사과를 요구했다.

한화갑(韓和甲)대표부터 "빨치산이라니… 한나라당은 나라를 무정부 상태로 끌고가려 한다"며 강경론을 이끌었다. "정치 파괴집단의 정치적 테러다. 오만방자함이 하늘을 찌르는 만큼 강력히 응징해야 한다"(采正 정책위의장), "용공음해 망령의 부활"(協 최고위원)이란 발언이 나왔다.

송영길(宋永吉)의원은 "대정부 질문을 하고 난 의원들은 마치 조폭 두목에게 하듯 후보에게 인사하고, 또 잘했다고 두드려주고 하는 모습을 봐라"며 "후보가 의원직을 사퇴해야 막말이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파문이 확대되자 이규택 총무는 "본인의 순간 실수로 국회가 정상 운영되지 못하고 있는 점에 대해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유감으로 생각하며 정식으로 사과한다"고 말했다. 후보는 "국회를 원만하게 운영해야 한다"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민주당은 후보가 사과할 수 없다면 서청원 대표라도 사과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논란 끝에 徐대표가 "우리 당 주요 당직자 회의에서 이규택 총무의 파르티잔 발언이 빨치산 발언으로 와전된 데 대해 당 대표로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고정애·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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