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리더십 흔들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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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승전의 영광은 퇴색되고 경제파동 속에 리더십마저 흔들리고 있다. 전쟁(걸프전)에서 이겼으나 경제 부실로 재건에 실패한 아버지 부시 대통령을 닮아가는 꼴이다.

부시의 지지율은 계속 떨어지고, 딕 체니 부통령의 낙마설이 나오는가 하면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공화당 내부 갈등도 불거지고 있다.

◇굳어가는 부시의 내부거래 의혹=워싱턴 포스트는 21일 부시 대통령이 하켄 에너지 이사로 있던 1990년 회사 주식을 매각하기 수주 전 경영진으로부터 '하켄의 분기 실적이 실망스러운 수준이며 현금 압박으로 기업 활동이 크게 제한될 수 있다'는 내용의 서한을 받았다고 전했다.

부시 대통령은 주식 거래로 35만달러의 이익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그러나 당시 조사에서 '내부정보를 이용하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렸다.백악관은 "부시 대통령은 하켄이 손실을 볼 것임은 알았어도 손실 규모는 몰랐다"고 주장해 왔다.

뉴스위크는 1천4명의 미국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49%가 부시가 내부자 정보를 이용한 것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부시의 지지도는 계속 낮아져 뉴스위크의 20일 조사에선 일주일 전보다 3%포인트가 떨어진 65%가 됐다. 이는 9·11 테러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흔들리는 부시·체니 콤비=체니 부통령은 부시 대통령보다 더 화살을 받는다. 체니는 유전(油田)회사 핼리버튼의 회장으로 있을 때 회사의 불법 회계처리를 묵인했고 또 주식을 주가 폭락 두달 전에 팔아 1천8백50만달러를 챙겼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체니 부통령이 공화당 대차대조표에 부채로 기록될 정도"라고 보도했다.

영국의 선데이 텔레그래프는 21일 "공화당원 사이엔 체니가 2004년 대선에선 부시의 러닝메이트가 되지 못할 것이라는 추측이 나돌고 있다"고 보도했다. 후임으로 콜린 파월 국무장관·콘돌리자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 등이 거론될 정도라는 것이다.

◇공화당마저 반(反)부시=중간선거를 4개월 앞두고 위기의식에 사로잡힌 공화당은 부시의 인기에 의존하지 않는 독자 행보를 하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는 보도했다.

공화당은 백악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조종사 무기휴대 법안을 지지하고 있다. 공화당 상원은 또 민주당과 합세해 백악관 제안보다 훨씬 강경한 회계부정 처벌법을 통과시켰다. 공화당 하원의원들은 부시 대통령이 내놓은 국토안보부 창설안도 매섭게 손질하고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워싱턴=김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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