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제車 제공에 룸살롱 접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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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연예기획사 비리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전직 방송사 PD와 스포츠신문 부국장이 구속된 데 이어 유명 MC·가수·매니저 등이 줄줄이 소환되고 있는 것이다.

서울지검 강력부(부장검사 金圭憲)는 21일 연예기획사에서 수천만원대의 금품과 향응을 받은 혐의로 MBC 전문PD 은경표(殷璟杓·45)씨 등 4~5명을 지명수배했다. GM기획 대주주 김광수(41)씨, 도레미 미디어 대표 박남성(50)씨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날 연예기획사와 영화제작사 등 6개사에서 2천2백만원을 받은 혐의(배임수재)로 스포츠투데이 전 부국장 이창세(李昌世·45)씨를 구속했다.

인기 가수 崔모(35)씨와 매니저 白모씨를 소환해 방송사 PD에 대한 금품 제공 여부를 추궁했으며,유명 MC 金모(39)씨도 불러 주식보유 경위를 캐물었다.

검찰은 또 이번 주 초부터 모 방송사 국장급 PD와 연예담당 기자 등 7~8명에 대해 소환 조사를 벌일 방침이어서 방송·연예계에 칼바람이 거셀 전망이다.

특히 그동안 검찰 수사에서 연예기획사들은 방송사·스포츠신문 일부 관계자들에게 현금·주식뿐 아니라 외제차와 고급 골프채, 에어컨까지 제공한 것으로 드러나는 등 불법 홍보의 실태도 베일을 벗고 있다.

잠적 중인 은경표씨는 모 기획사에서 수천만원대의 현금 외에 사외이사로서 주식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고급 외제 자동차를 받은 혐의도 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일부에선 殷씨와 기획사의 관계를 '동업자 관계'라고 표현할 정도다.

이에 검찰은 최근 중견 가수이자 음반 기획자인 신모씨와 강남 룸살롱 마담 등을 불러 殷씨가 홍보를 대가로 향응을 받았는지도 캐고 있다.

구속된 MBC 전 PD 황용우씨는 신인가수를 방송에 출연시켜 주는 대가로 5천만원을 받은 혐의다. 검찰이 밝힌 黃씨의 혐의에는 접대비 9백여만원과 세명 분의 이탈리아 왕복 항공권 및 호텔 숙박권(8백90만원 상당)도 포함돼 있다.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매달 3천만원 정도를 방송국 PD 등에 대한 홍보비로 쓰지 않으면 사업을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규모가 큰 기획사는 3억원 안팎을 홍보비로 책정할 때도 있다고 한다.

검찰은 이와 함께 SM엔터테인먼트와 D·Y사 등 코스닥에 등록된 연예기획사 세곳의 등록 전후 주식 변동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비리에 연루된 의혹이 있는 주주들에 대해선 계좌 추적 작업을 벌이기로 했다. 이를 위해 검찰은 전담 계좌 추적반을 구성했다.

검찰은 이미 일부 연예기획사의 증자 과정에 조폭 자금이 흘러 들어간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특히 연예기획사들의 홍보비 사용처에 대한 수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이들이 코스닥에 등록하기 위해 정·관계 인사들을 상대로 금품 및 주식 로비를 했는지를 본격 수사할 방침이어서 파장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조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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