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는 교권 존중 정부선 예방 프로그램 교사와 전문가 양성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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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우린 지금 한달 간의 축제가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오면서 광화문 거리를 뒤덮은 휘장 속에서만 '위대한 대한민국'이 아니라 가슴 뿌듯한 대~한민국으로 남기 위해 점검을 시작해야 할 것 같다. 뉴스에서는 이민 신청자가 20% 이상 줄었다고 하고, 범죄율은 30%가 줄었으며 학교폭력 소식도 잠잠한데 '더도 덜도 말고 6월만 같아라'라고 빌고 싶다.

월드컵 때 거리를 메운 청소년들은 모두 태극 망토를 걸친 '태극전사!'. 힘있는 아이도 힘없는 아이도, 키큰 아이도 키작은 아이도 함성 속에 하나였다. 학교도 이렇게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5월 22일,청소년단체·시민사회단체·여성단체·전문가단체·언론계·교육계 인사 등이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학교폭력을 개선하지 못한 어른들의 책임을 통감하면서 성숙한 시민의 힘을 모으기로 결의했다. 그간 학교폭력 문제는 한국의 교육현실, 사회적 현실, 문화적 풍토와 분리돼 독자적으로 해결될 수 없는 문제이기에 무력감 속에 빠져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학교폭력으로 참으로 많은 어린 생명이 사라져 갔다. 학교폭력의 후유증으로 육체는 말할 것도 없고 정신까지 피폐해져 평생을 고통에 시달려야 하는 학생과 그 부모들이 너무나 많다. 어린 초등학생까지 목숨을 잃을 정도로 당하고 또 견디다 못해 그 많은 아이들이 자살로써 고통을 호소했건만 우리는 또 다른 희생을 막지 못했다. 학교폭력을 당한 친구를 위해 홀로 의리를 지키려던 14세의 중학생은 지난 4월 살인자가 돼 감옥으로 가고 말았다. 대책 없던 정부는 물론 학교폭력 특별법안을 방치한 국회, 외면하거나 눈감아 왔던 우리 모두가 그 아이를 감옥으로 보낸 것이다. 학교폭력으로 가해자나 피해자는 물론 대다수의 아이들도 비굴해지고 공범자가 되거나, 비겁한 방관자의 자책감 때문에 마음의 병이 깊어가고 있다.

더 이상 방관하거나 체념해서는 안된다. 외국에서도 집중 캠페인과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많은 효과를 보고 있다. 국회는 계류 중인 학교폭력 관련 특별법 제정을 서둘러야 하고, 정부는 예방 및 대처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교사와 전문가 집단을 양성해야 한다. 학부모는 폭력문화 조장에 대한 비판운동, 교권의 존중, 이기적 가정교육에 대한 반성 등을 통해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 학교도 과감히 문을 열고, 정부 당국과 지역사회에 적극적으로 지원요청을 해 헌신적·능동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학교폭력 추방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법제정 추진운동을 전개하기 위해 협의회는 e-메일 릴레이를 진행하고 있다.인터넷 서명을 통해 학교폭력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하고 각자 있는 곳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를 생각하며 실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종교기관도 이를 주제로 설교하도록 요청하고, 학교폭력대책협의회 참여 단체들이 거리 캠페인도 하고 있다.

이제 시작이다. 월드컵 대회 동안 최선을 다해 정정당당하게 싸우고 온 국민이 하나가 되었기에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것이 그토록 자랑스러웠다. 기쁨을 몇 배로 주는, 하나 되는 공동체의 삶이 무엇인지를 우리 청소년들이 깨달을 수 있도록 하여 이 가슴 아픈 뉴스가 다시는 보도되지 않게 모두 힘을 모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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