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부정 원조는 美 정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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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워싱턴 AP=연합]미국 경제를 들끓게 하고 있는 회계부정의 '원조'가 사실상 세계 최대 기업격인 미국 정부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AP통신 경제 전문기자인 마틴 크루트싱거는 14일 "기업들도 상상 못할 수준의 수익 과다계상·채무 은폐·예산 사기 등이 정부의 회계장부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기사에 따르면 하원예산위원회 빌 프렌젤(공화·미네소타주)의원은 "부정회계 기업을 포함한 전세계 기업의 장부를 검토하더라도 미 연방정부 예산보다는 덜 조작됐을 것"이라고 혹평했다.

백악관 예산관리국(OMB)은 지난 12일 2002회계연도에 당초 예상(1천60억달러)을 넘어서는 1천6백50억달러의 적자를 낼 것으로 전망하는 등 예산수치를 계속 번복하고 있다.

이와 관련, 예산전문가 스탠리 콜렌더는 "정부가 계속해서 정확한 예상치를 입안하지 못한다는 것이 가장 눈에 띄는 문제점"이라고 말했다.

특히 부시 행정부는 기업회계방식에 부합하는 새로운 회계방법을 도입, 지난해 예산을 분석한 결과 당초 발표와 달리 5천1백48억달러의 적자를 냈다고 밝혀 충격을 던져줬다. 이는 누락됐던 전역 군인 보험 수혜비용 등을 합산한 결과다.

회계감사원(GAO)의 데이비드 월트 감사관은 "정부기관들의 회계시스템이 낙후돼 이런 문제를 추적하지 못했다"며 "정부기관에 투명한 감사보고서 작성을 촉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에선 이런 노력에 회의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의회예산국장을 지냈던 로버트 레이샤우어는 "일부 진전이 있긴 했지만 정부 회계의 많은 부분이 혼돈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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