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스쿠니서 A급 전범 옮겨야" 고이즈미 총리 최측근 제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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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의 최측근인 야마사키 다쿠(山崎拓) 총리보좌관이 야스쿠니(靖國) 신사 측에 2차대전 A급 전범 14명의 분사(分祀)를 제안한 사실이 30일 뒤늦게 밝혀졌다.

마이니치(每日)신문 보도에 따르면 야마사키 보좌관은 지난 9월 야스쿠니 신사 대표자인 난부 도시아키(南部利昭) 궁사(宮司)를 만나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전 총리가 천황의 신사참배를 주장하고 있다"며 "(이를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반드시 A급 전범을 분사해야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난부 궁사는 "천황의 참배가 반드시 이뤄지기 바란다"고 대답했으나 "내가 궁사에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분사를 하지 않는다는 종전 견해를 바꿀 수 없다"며 제안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야마사키 보좌관은 신사 방문의 성격에 대해 "총리의 대리인으로 온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가 고이즈미 총리의'맹우(盟友)'로 불릴 정도의 최측근인 사실에 비춰 총리의 의지가 반영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도조 히데키(東條英機) 등 A급 전범 14명의 분사 방안은 중국이 강력히 요구하고 있으며 일본 국내에서도 일부 정치인들이 찬성하고 있다.

한편 2001년 이후 해마다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해 온 고이즈미 총리의 내년 참배 시기는 8월 15일 이후가 될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다. 내년은 2차대전 종전 60주년을 맞는 해여서 한국.중국 등과의 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도쿄=예영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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