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제약사 의약분업으로 재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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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의약분업 이후 제약회사가 크게 덕을 본 것은 사실이다. 특히 고가약이나 오리지널(특허)약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다국적 제약사가 더 재미를 봤다.

지난해 건강보험재정과 환자가 부담한 약값은 4조5천억원. 의약분업 전인 1999년에 비해 25% 가량 늘었다. 복지부는 "지난해 약값의 20%를 다국적 제약사가 가져갔다"며 "올해 이들의 매출액이 30% 가까이 늘 것"이라고 추정했다. 의약분업으로 처방이 고가약(동일효능 약 중 가장 비싼 제품)이나 오리지널 약으로 급속히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2000년 분업 전후 의료계·약사회·언론 등이 수차례 이같은 우려를 제기했으나 정부는 의사 파업에 매달리느라 약값 억제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 지난해 의(醫)·정(政) 갈등이 다소 봉합되면서 정부는 약값 인하를 시도했다. 당연히 다국적 제약사는 반발했다.

김원길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해 8월 고가약을 먹을 경우 약값의 일부를 환자가 부담하는 제도를 시행하려 했다. 하지만 미국 상무부와 무역대표부가 반대서한을 보내거나 복지부를 방문했다. 결국 金전장관은 "통상마찰 때문에 당분간 유보한다"고 선언했다.

올 1월 취임한 이태복 전 장관은 약값 인하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왔다.재평가제 등을 도입해 약값을 2~3년 단위로 다시 평가해 값을 깎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에 따라 다국적 제약사들의 반발은 거세졌다. 다국적 제약사들은 미국 관리들까지 동원해 정부나 정치권에 자신들의 의견을 전달했다.

하지만 이들의 로비로 전장관이 물러났다는 증거는 드러나지 않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전장관이 부임한 이후 다국적 제약사의 반발이 커진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이 경질로 이어진 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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