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유럽 기업 회계부정 미국 기업보다 심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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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아시아와 유럽 기업들의 회계 부정이 미국 기업들보다 심각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의 경제 일간지 월스트리트 저널은 11일 미 펜실베이니아대·미시간대·MIT의 회계학 교수 세명의 연구보고서를 인용, 아시아·유럽 기업의 회계가 전반적으로 미국보다 불투명하다고 보도했다.

이 연구는 1990~99년 세계 31개국 8천6백16개 비금융 기업이 발표한 7만여건의 회계장부를 비교·분석한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아시아·유럽 기업들의 경우 실적을 보기 좋게 손보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이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이익이 많이 났을 때 그 일부를 회계에 반영하지 않다가 이익이 급감하거나 손실이 났을 때 이를 반영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복사기 업체인 제록스의 회계부정 사례처럼 미래에 받을 돈을 이미 받은 것처럼 꾸며 매출을 부풀리는 기업들도 적지 않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이로 인해 아시아·유럽 기업들의 회계 장부는 미국 기업들에 비해 현금의 흐름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기업의 경우 영업이익이 유입 현금의 76%를 차지하지만, 아시아·유럽 기업은 54%에 그쳤고, 한국 기업은 39%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 결과 장부상으로는 이익이 났는데도 부채를 갚을 수 없어 부도를 내는 기업이 있다는 것이다.

유럽연합(EU)은 회계 부정을 막기 위해 역내 단일 회계감독기구와 은행·보험산업 감독기구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국제회계사연맹(IFAC)도 외부 인사를 주축으로 패널을 구성하는 등 회계 감사의 질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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