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直항공로 운항 보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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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가 오는 13일로 잡혔던 북한 경수로(輕水爐)발전소 공사를 위한 남북 간 직항공로 첫 운항계획을 서해교전에 따른 긴장 분위기를 감안해 무기한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10일 "당초 북한 고려항공기가 13일부터 16일까지 강원도 양양국제공항과 북한 함남 함흥의 선덕비행장 간을 운항키로 경수로 공사 추진 주체인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와 북한 사이에 합의했다"면서 "그러나 북한군의 서해 도발에 따른 남북관계 경색과 국민감정 악화 등을 고려해 연기했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주 서해교전에도 불구하고 경수로 공사용 남북 간 항공로 운항을 일정대로 시작하자는 입장을 통보해 왔으나 정부는 지난 9일 통일부·국정원·건교부 등이 참가한 관계부처 대책회의에서 이같이 결정했다.

정부가 6월 29일 발생한 서해교전 사태를 이유로 예정됐던 남북 간 교류협력 사안에 제동을 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과 KEDO는 다음달 콘크리트 타설공사를 시작으로 본격 투입할 공사인력을 쉽게 실어나를 수 있도록 1996년 맺은 통행의정서에 따른 양양~선덕 간 직항공로(2백50㎞·40분 소요)개설을 추진해왔다. 현재 7백명 수준인 북한 내 남한 경수로 공사인력은 주로 속초항과 북한 양화항을 주 1회 운항하는 선박편으로 오가고 있다. 당국자는 "서해도발에 대한 북한 측의 사과·재발방지 보장 문제와 국민 여론을 지켜보면서 새로운 운항계획을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동해상을 경유하는 경수로 직항로 개통을 위해 지난 5월 19일 고려항공 관계자 6명을 포함한 시찰단 10명을 파견해 양양공항의 활주로와 계류시설 등을 실사하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여왔다. 또 지난 2일에는 핵안전규제요원 25명을 남한에 보내 현재 대전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에서 교육을 받고 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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