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휜 할머니 쭉 펴 드려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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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3면

할머니의 손자 사랑에는 톡톡하게 치러야 할 희생이 따른다.

무거운 손자를 안거나 업다가 등뼈에 미세 골절이 일어나면서 꼬부랑 할머니로 직행할 수 있기 때문. 골다공증으로 푸석푸석해진 뼈는 가벼운 충격에도 금이 가 등뼈가 굽는 것이다.

최근 이렇게 골다공증으로 골절된 척추를 바로잡는 간편한 수술법으로 척추 보강술이 정착되고 있다.

전문가의 도움말로 대상 환자와 시술법의 장단점을 소개한다.

◇어떤 사람이 대상인가=고령화 사회의 부산물인 골다공증 등에 의한 척추 골절 환자가 대상이다.

미국의 경우 70세의 25%, 80세의 50%가 골다공증에 의한 척추 압박골절로 고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골절은 중력을 견디지 못해 도미노 현상처럼 다른 척추뼈에 하중을 전달하면서 연속적인 미세 골절을 유발한다.

미세 골절은 통증이 심하지 않다는 것도 특징이다. 대부분 아픈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등이 굽은 후 장기(臟器)가 압박받아 호흡이 어렵고, 소화가 안돼 병원을 찾는다.

하지만 엉덩방아를 찧거나 외부 충격으로 척추가 골절 됐을 때, 또는 신경가지가 부러진 뼈의 틈새로 자라 들어가는 경우에는 몹시 아프다.

◇어떤 시술법이 있나=5~6년 전만 해도 척추골절 환자들을 위한 치료는 진통제와 안정이 고작이었다.

따라서 노인들은 굽은 허리를 펴지 못하거나, 병상에 누워 지내다 합병증이 의료진이 생겨 사망한다. 하지만 뼈 시멘트를 이용한 척추 보강술이 나온 뒤부터 척추 골절 환자의 회생률은 극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신정형외과 신규철 원장은 올 2월 바하마 낫소에서 열린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출신 척추전문의 세미나에서 1999년부터 2년 동안 척추 보강술을 받은 환자 1천명 중 추적 가능한 3백50명의 만족도를 발표했다.

그 내용은 83%의 환자가 통증이 없어지고, 굽은 허리가 펴져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다고 응답했다는 것. 나머지는 골절 후 척추 변형이 장기간 계속된 환자들이다.

뼈 시멘트는 이름 그대로 의료용 시멘트를 이용해 아교처럼 뼈를 붙이는 물질. 부분 마취를 하고 주사기로 액체 시멘트를 주입하면 곧 뼈가 고정된다.

신원장은 "골절 후 치료가 늦어지면 허리 근육에 변성이 오기 때문에 통증을 완화하는 효과만 있다"며 "가급적 등이 굽는 변화가 오기 전에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풍선 척추보강술은 시멘트 유출 위험이 있는 단순 척추 보강술의 단점을 보완하고, 주저앉은 뼈를 원상으로 복원하는 최신 기법이다.

부러진 뼈 사이에 주사기로 풍선을 집어넣고 부풀려 사이를 넓혀준 뒤 그 곳에 뼈 시멘트를 주입한다. 시술 후 즉시 통증이 감소하며 척추가 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가격이 척추 보강술에 비해 10배 가량 비싼 것이 흠.

◇척추종양 환자에도 사용=뼈 시멘트를 이용한 척추보강술은 척추 암환자에게도 적용된다.

우리들병원 장지수 과장은 10명의 척추암 환자에게 뼈 시멘트를 사용한 척추보강술을 시행해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었다고 최근 미국 신경외과 저널에 발표했다. 그동안 환자들은 골다공증이 심해 나사못을 척추에 박을 경우 뼈가 부서져 수술을 받을 수 없었다.

장과장은 "시멘트로 뼈를 보강한 뒤 나사못을 박아 뼈를 고정시킴으로써 종양에 의한 통증을 크게 개선했다"고 밝혔다.

고종관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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