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웃효과'활용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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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며칠 전 세계은행 주관 국제회의 참석차 중국 상하이(上海)에 다시 들러 과거 우리의 '개발연대'와 같이 매년 눈에 띄게 달라지고 있는 중국 경제의 활기찬 모습을 보았다. 또한 지난번 베이징(北京) 방문 때도 느꼈지만 중국 지도층과 정책담당자들이 갖는 경제발전에 대한 자신감이 날로 높아지고 있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외국인 투자 年400억弗

반면 최근 들어 일부 중국 회의론자들은 중국 경제에 관한 각종 통계는 크게 과장돼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많은 전문가들은 가시적인 성장의 저변에는 자원배분의 왜곡에 따른 금융기관의 부실채권과 국영기업의 비효율성 등 심각한 구조적 문제가 축적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워낙 방대한 체제전환국인 데다 연안지역과 내륙지역간의 큰 성장 격차와 글로벌 스탠더드에 미치지 못하는 통계의 투명성과 정확성을 감안할 때 일부 과장과 부정확성은 있을 수 있으며 중국 경제 내부의 구조적 문제는 아무도 과소평가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세계 5백대 기업 중 이미 4백여개 기업이 중국에 들어와 있을 뿐 아니라 매년 평균 약 4백억달러에 달하는 외국인 직접투자가 몰려들고 있어 중국 경제의 성장 잠재력은 날로 강화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실제 미국과 일본 등의 세계 유수한 기업들이 중국을 제조 근거지로 삼으려는 투자전략을 펴고 있어 많은 개도국들은 중국의 외국인 직접투자의 '블랙 홀'화 현상을 우려하기에 이른 것이다. 그 결과 중국은 현재 세계 경제의 '제조업 초강대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심지어 일부 경제전문가들은 세계경제 전체가 중국의 제조업에 지나치게 의존함에 따르는 위험마저 경고하고 있다. 이들은 예상하지 못한 천재지변이나 전쟁과 테러 등에 따른 중국의 제조활동 장애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공급에 차질이 왔을 때 세계 경제에 미치게 될 영향과 유사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어쨌든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현재 중국 경제는 과장된 허상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비전과 역사의식을 가진 리더십과 올바른 시책, 그리고 경제발전에 도움이 될 젊은 인구구조 등 앞으로 상당기간 고도성장을 지속할 수 있는 유리한 여건도 갖추고 있다. 그래서 2020년께의 중국 경제는 오늘의 미국 경제 규모만큼 커지게 될 것으로 내다보는 사람이 많다. "중국이 잠에서 깨어나면 세계를 흔들어 놓을 것"이라는 나폴레옹의 예견이 현실화하고 있다고 할까.

이러한 중국 경제를 옆에 둔 우리나라는 중국 경제의 '이웃 효과'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세계경제의 제조업 중심일 뿐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큰 소비시장이 될 중국 경제가 주는 긍정적인 이웃 효과는 방대한 것이다.

따라서 무엇보다 먼저 중국보다 한 발 앞서 있는 우리는 두뇌 및 지식 집약적인 산업고도화를 통해 중국 경제와 보완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산업 구조조정을 가속화해 나가야 한다. 그리고 중국 경제가 필요로 하는 금융·물류 서비스 및 각종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중심지를 만드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우리나라를 이 지역에서 가장 기업하기 좋은 여건을 마련해 중국이 필요로 하는 제품과 서비스 공급을 목표로 하는 세계적 기업을 유치하고 우리 기업들이 이들과 제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와 아울러 각종 하드웨어 기반 확충과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각종 제도와 법규의 정비, 그 운영의 투명성과 형평성을 보장하는 일도 시급하다. 또한 생산적인 노사관계 확립과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 노력은 배가돼야 한다.

금융·물류 기지 역할을

이러한 일들을 차근차근 해나가는 한편 이웃의 불필요한 오해와 거부감을 불러올 수 있는 '동북아 중심국가'건설이란 수사는 쓰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한번 더 강조하지만 어느 일부 지역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를 기업하기 가장 좋은 곳으로 만들려는 강한 전략적 의지와 장기 비전을 바탕으로 하는 일관된 정책이 펼쳐질 때 우리나라는 궁극적으로 이 지역뿐 아니라 세계적 기업활동의 요충도 될 수 있는 것이다.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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