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순형'국회의장 꿈'좌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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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민주당 조순형(趙舜衡·얼굴)의원의 '정치 개혁'의 꿈이 당론(黨論)이라는 거대한 벽에 가로막혀 사실상 실패했다.

5선의 趙의원은 지난 2일 국회의장 후보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국회의장을 자유투표로 선출하자"고 이미 합의했고, 민주당 내의 쇄신파 의원들도 "당론을 앞세우는 거수기 투표를 하지 말자"고 다짐한 것이 趙의원의 출마 배경이 됐다.

趙의원은 자유투표 취지에 맞는 독특한 선거운동을 했다.

그는 의원회관에 있는 한나라당·자민련·무소속 의원들의 방을 돌며 자신의 출마 선언서를 배포했다.

거절당하긴 했지만 한나라당에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의장 후보로 출마하는 내 소신을 피력할 기회를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시도는 자신의 소속당인 민주당에 의해 좌절됐다.

지난 6일의 의원총회에서 민주당 지도부는 "국회의장 후보로 김영배(金培)의원을 내정했다"고 소속 의원들에게 통보했다.

민주당의 이날 결정은 이율배반이다.

한나라당이 박관용(朴寬用)의원을 의장 후보로 내정하자 민주당은 "자유투표 정신에 어긋난다"고 항의,결국 내정을 취소시켰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유투표를 소리 높이 외쳤던 쇄신파 의원들도 민주당 의총에서 침묵했다.

실망한 趙의원은 "의원들이 지도부의 결정이 옳다고 생각하면 따를 것"이라며 의총장을 떠났다.

7일 趙의원은 "제왕적 대통령을 막자고 개헌 주장까지 나오지만 결국 국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면서 "의장을 의원들 손으로 뽑을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우리 당 스스로 무산시켰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쇄신파 의원들은 모임에서 말은 많지만 정작 행동과 실천이 안 따른다"며 실망감을 표시했다.

김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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