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DJ와 묶인 끈 끊고 싶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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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민주당 노무현(盧武鉉·얼굴(左))대통령후보는 5일 "김대중(金大中·(右))대통령과 묶여 있는 끈을 끊고 싶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자 간담회에서 "金대통령과 저를 하나로 묶으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무척 부담이 된다"고 털어놨다. DJ와 절연(絶緣)하고픈 속마음을 드러낸 발언이다.

DJ의 실정(失政)부분에 대한 盧후보의 접근 자세도 확 바뀌었다. 그는 "아무리 제가 모시고 있던 대통령이라도 잘못된 것은 고치라고 해야 한다. 그것을 안 하려면 후보를 그만 두고 인간적 관계만 갖고 가면 될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盧후보는 "야박하고 섭섭해도 과오에 대한 지적은 해 나가야 한다. 그것이 역사와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했다. 그는 노풍(盧風·노무현 지지 바람)이 불던 대선 후보 경선 과정이나 6·13 지방선거 운동 내내 고집스러울 정도로 '야박하게 차별화하지 않겠다'는 말을 되풀이해 왔다. 그러나 민심의 역풍 앞에 결국 '야박해도 할 수 없다'로 입장이 바뀌고 말았다.

다만 盧후보는 "金대통령에 대한 모욕적 언사, 업적의 폄하, 무리한 정치 행위는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DJ와 지지 기반이 중복되는 '노무현식 차별화'의 한계로도 해석되는 부분이다.

盧후보의 발언은 "DJ와 김영삼(金泳三·YS)전 대통령의 화해를 전제로 한 '민주대연합'을 포기하겠다는 뜻"이라고 임채정(林采正)정책위의장은 설명했다.

민주당 내에선 개혁 색채를 더욱 강화한 '노무현 신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이미 민주대연합 방식의 정계개편을 추진할 동력(動力)을 상당 부분 상실한 盧후보로선 양金과의 연결 고리를 끊고 새로운 세력을 구축할 시점이기도 하다.

盧후보도 간담회에서 "어느 세력과 손잡고, 누구와 헤어지는 계획은 없지만 이 시점에서 고민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털어놓았다. "변화를 빠르게 하려 하면 당이 쪼개질 가능성이 크고, 당을 단결시켜 가려고 하면 변화의 속도가 느려질 수밖에 없는 것이 딜레마"라는 것이다.

'노무현 신당'의 태동 여부는 미지수지만 'DJ'라는 울타리를 벗어난 이상 '노무현당'으로의 전환 작업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강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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