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첫 우승 … 80년 묵은 한 풀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8면

철벽처럼 든든한 골키퍼, 열정적이고 책임감 강한 수비진, 재능 있는 미드필더, 골 결정력이 탁월한 공격수…. 스페인 축구의 황금기를 연 ‘무적 함대’에는 어디 한 구석 빈틈이 없다.

스페인 마드리드의 한 광장에 모인 시민들이 분수대 안에서 국기를 흔들면서 우승을 기뻐하고 있다. 스페인은 12일(한국시간) 열린 남아공 월드컵 결승에서 네덜란드를 연장 끝에 1-0으로 꺾고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우승을 차지했다. [마드리드 AP=연합뉴스]

스페인의 안드레스 이니에스타가 연장 후반 11분에 결승골을 넣은 뒤 두 팔을 번쩍 들고 환호하고 있다. [요하네스버그 AP=연합뉴스]

◆골키퍼 카시야스=2002년 한·일 월드컵 한국과의 8강전에서 이운재와 승부차기 대결을 펼쳤던 바로 그 골키퍼다. 광주 월드컵경기장에서 패배의 멍에를 홀로 짊어졌던 이케르 카시야스(29)는 8년이 흐른 지금 스페인의 주장으로 우승컵을 번쩍 치켜들었다. 채 서른도 되지 않지만 A매치 출장 경력이 111경기에 이른다.

스페인 축구팬은 그를 ‘성(Saint) 카시야스’라고 부른다. 위기의 순간마다 팀을 구했기 때문이다. 이번 월드컵에서도 카시야스의 활약이 빛났다. 스페인은 16강부터 8강, 4강, 결승전을 모두 1-0 승리로 마무리했다. 카시야스가 버티고 있기에 딱 한 골이면 충분했다. 카시야스는 “아주 어릴 적 꿈을 마침내 이뤘다”며 펑펑 울었다.

◆수비수 푸욜=“우리 팀이 3-0으로 이기고 있고 경기가 거의 끝날 때쯤 됐더라도, 집중력이 떨어진 선수가 있으면 누군가 목청 높여 질책을 할 겁니다. 바로 푸욜이죠.” 푸욜과 중앙 수비로 짝을 이루는 헤라르드 피케의 말이다.

스페인 대표팀의 노장 수비수 푸욜(32)은 팀의 정신적 기둥이다. 투박한 외모 탓에 ‘상어’ ‘원시인’ 등의 별명을 갖고 있지만 푸욜의 열정이 있었기에 지역색이 강한 스페인 대표팀이 하나로 뭉칠 수 있었다. 푸욜은 이번 대회 7경기에 모두 출전했으며 독일과의 준결승에서는 천금 같은 헤딩골로 팀을 결승으로 이끌었다.

◆넘치는 미드필더 자원=사비 알론소, 사비 에르난데스, 이니에스타, 페드로, 세르히오 부스케츠, 세스크 파브레가스, 헤수스 나바스…. 한 나라에서 비슷한 시기에 이토록 훌륭한 미드필더가 무더기로 탄생한 것은 도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톱클래스에 꼽히는 파브레가스(아스널)도 스페인 대표팀에서는 교체 멤버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패스로 경기를 장악하는 스페인 축구는 신기에 가까운 재능을 지닌 미드필더 덕분에 가능하다. 특히 사비 에르난데스와 이니에스타는 손으로 공을 던져주는 것처럼 완급까지 조절하는 간결하고도 날카로운 패스로 정평이 나 있다. 결승전에서 무려 14㎞를 넘게 뛴 이니에스타는 결승골까지 터뜨리며 “경기 운영은 뛰어나지만 골 결정력은 약하다”는 평가를 머쓱하게 만들었다.

스페인 공격수 비야가 우승 메달에 입 맞추며 감격스러워하고 있다. [요하네스버그 로이터=연합뉴스]

◆스트라이커 비야=스페인은 이번 대회에서 모두 8골을 뽑아냈다. 그중 5골이 스트라이커 다비드 비야의 발끝에서 작렬했다. 비야는 유로 2008에서 4골을 터트리며 팀을 우승으로 이끌어 MVP에 선정됐다. 비야는 원래 오른발잡이였지만 부상을 당해 왼발을 연마했고 지금은 양발을 자유자재로 사용한다. 이번 대회에서도 비야는 왼발로 1골, 오른발로 4골을 뽑아냈다. A매치 65경기에서 무려 43골. 경기당 0.67골로 3경기에서 2골은 만들어 내는 ‘득점 기계’다.

이해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