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지구의 사촌별 인간이 다가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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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1면

과학자들은 화성이 달보다도 인류에 더 중요한 별이라 생각하고 있다. 왜냐하면 우주에서 인간이 갈 수 있는 별 중 지구와 가장(?) 흡사하고 또한 가장 가깝게 있는 별이기 때문이다. 몇 백년 후 지구에 문제가 생겨 인간이 살 수 없을 경우 이주하여 살 수 있는 유일한 별로 화성을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 동안 미국과 러시아는 화성으로 많은 탐사선을 보냈다. 현재까지 화성으로 발사한 무인 탐사선은 모두 31대인데 이중 12대만 성공했다. 12대 중 미국의 탐사선이 10대며 화성표면에 착륙한 것도 미국 탐사선 3대뿐이었다.

최근 두꺼운 얼음층이 있다는 새로운 사실이 알려지면서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과 유인탐사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유인 화성탐사 계획은 사상 최대의 국제공동 우주개발 계획이 될 전망이다. 현재 진행 중인 국제 우주정거장(ISS)의 건설이 끝나는 2005년 이후 국제적으로 탐사단을 만들고 예산을 분담하는 방식으로 추진한다는 것이 국제 우주항공계의 구상이다. 총 예산은 5백억~6백억달러(65조~80조원) 이상 필요할 것으로 추정하며, 2018년 정도에 본격적인 유인 화성탐사가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화성의 남극 부근에서 발견된 거대한 지하 얼음 저수지는 화성 탐사에 필요한 많은 물자를 현지에서 해결할 수 있게 하기 때문에 탐사선의 무게를 많이 줄이고 유인 화성탐사계획을 앞당기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도 국가우주개발 중장기계획에 따라 국제 우주정거장 건설과 국제공동 화성탐사에 참여하기 위해 기초연구를 이미 시작했다.

◇탐사 왕복에 6백10일 필요=달 여행은 달이 지구를 돌고 있기 때문에 지구와 달을 중심으로 한 타원궤도를 이용해 왕복 비행을 하면 된다. 그러나 화성 탐사는 지구와 화성이 태양을 중심으로 각각 돌기 때문에 태양을 중심으로 한 지구궤도와 화성궤도의 사이에 만든 호먼궤도를 따라 비행해야 한다. 탐사 뒤 지구로 돌아올 때 금성을 경유해서 오는 급행길을 택한다 해도 3개월 정도를 화성에서 기다려야 한다. 화성탐사에는 가는 데 2백60일, 화성에 머무르는 데 90일 정도, 그리고 돌아오는 데 2백60일이 필요해 모두 6백10일, 즉 1년2백45일의 탐사기간이 필요하다.

현재까지 우주비행사가 우주의 무중력 상태에서 머무른 최장시간은 러시아의 발레리 폴리야코프의 4백38일, 미국의 대니얼 버시와 칼 월츠의 1백94일이다. 장기간의 우주비행은 우주비행사의 건강 및 심리상태에 나쁜 영향을 주므로 이 또한 극복해야 할 과제다.

◇우주에서 탐사선 발사해야=미국은 1969년 8일4시간 동안의 달 탐험을 위해 무게 1백20t짜리 우주선을 개발했다. 그 무게는 지구궤도에서 달까지 갔다가 오는 데 필요한 로켓과 연료·식량·물·공기 등의 무게까지 모두 포함한 것이다. 한 명의 우주인이 1년 동안 우주에서 생활하는 데 필요한 물·음식·산소의 무게는 13t 이상이라고 한다. 화성탐사에 필요한 5명(1명의 외과의사와 1명의 심리학자 포함)의 승무원이 탐사를 위해 1년 동안 우주에서 생활한다고 하면 필요한 음식과 산소의 무게는 65t에 이른다. 앞으로 기술 발전에 따라 이를 많이 줄인다 해도 유인 화성탐사선의 무게는 대략 4백~5백t 가량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금 지구궤도에 건설 중인 국제우주정거장 정도의 무게다. 이렇게 큰 우주선은 지상에서 곧바로 발사할 수 없다. 그 무게를 화성에 갈 만큼의 속도로 발사할 만한 로켓을 개발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 대안으로 지상에서 우주선의 부분품을 만들어 우주정거장으로 옮긴 다음 조립해 발사한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계획이다.

"2018년이면 화성까지 39일 만에 갈 수 있는 유인 우주선이 발사됩니다." 화성에 갈 유인 우주선의 엔진 개발을 책임진 미 항공우주국(NASA) 존슨 우주센터의 프랭클린 창-디아즈(52·사진) 박사가 지난달 30일 한국에 왔다.1~4일 제주도에서 열리는 국제 플라즈마 학술회의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회의에서 그는 개발 중인 플라즈마 엔진에 대해 발표할 예정. 플라즈마 엔진은 원자핵들이 잔뜩 모인 플라즈마와 커다란 자석을 이용해 추진력을 낸다.

창-디아즈 박사는 "플라즈마 엔진은 같은 무게의 연료로 지금의 고체연료 우주선보다 훨씬 오래 가속할 수 있어 결국 훨씬 빠른 속도를 내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현재는 지구에서 화성까지 10개월 걸리는 것을 40일 이내로 단축할 수 있다고 한다.

"2018년 화성행 유인 우주선을 쏘기에 앞서 2012년부터 몇 차례 로봇이 탄 시험용 우주선을 화성에 보낼 겁니다."

그는 핵물리학을 전공한 과학자이며 동시에 우주비행사이기도 하다. 지난달 중순에도 우주왕복선을 타고 현재 우주 공간에 건설 중인 국제우주정거장에 다녀왔다. 1986년 처음 우주왕복선을 탄 뒤 이번이 일곱번째 우주 여행. 그는 "처음 우주에 올라 지구를 바라봤을 때,지구가 꼭 깨질 것 같은 유리 구슬처럼 보였던 것이 가장 인상에 남는다"고 말했다.

창-디아즈 박사는 "우주비행사가 되려면 몸도 튼튼해야 하지만 무엇보다 과학이나 공학을 전공해야 한다"고 말한다. 우주에서 여러가지 실험을 해야 하기 때문에 NASA는 철저하게 과학·공학 전공자만 우주 비행사로 뽑는다는 것이다. "NASA에서는 외국인 지원자들도 우주비행사로 선발합니다. 한국에서도 곧 우주비행사가 나올 것으로 봅니다."

중미 코스타리카에서 태어나 대학을 마친 뒤 박사학위는 미국 MIT에서 받았다.스스로 '골수 축구팬'이란다.

"ISS에 가 있어 월드컵 중계를 볼 수는 없었지만,응원하는 마음으로 코스타리카 축구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지냈는데 예선에서 브라질과 터키 같은 강팀들을 만나 탈락했어요.4강에 오른 한국이 부럽습니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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