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아프간 결혼식장 오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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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미군이 지난 1일 아프가니스탄 중부 산악지대 마을의 결혼식장을 오폭해 하객 40여명이 숨지고 1백20명이 부상했다.

이날 오전 2시 수도 카불에서 남서쪽으로 4백여㎞ 떨어진 우루즈간주(州) 카라카크 마을에서 결혼축하연 도중 미군이 공습해 어린이·부녀자가 포함된 40여명이 숨졌다고 현지 관리들이 전했다. 야르 모하마드 주정부 관리는 "결혼식장에서 전통의식에 따라 축포를 쏜 것을 미군기가 대공포로 오인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미 공군은 이날 바그람 공군기지에서 출격한 B-52폭격기와 AC-130기에서 인공위성 유도폭탄 GBU-31을 투하하며 마을 인근의 탈레반 잔당 대공포 진지를 공습했다.

바그람기지 미군 대변인 로저 킹 중령은 사고 직후 "그곳에서 결혼식이 있었는지는 몰랐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미국의 MSNBC방송 등은 과도정부 국방부 관리의 말을 인용해 "건물 내에 최소 4백명이 있었으며 2백50명 이상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카라카크 마을은 도주한 탈레반 지도자 물라 오마르의 고향 데라와드시 부근으로 미군 작전지역에 포함돼 있다.

미 중부사령부는 "아프가니스탄 정부와 미군, 카불주재 미 대사관이 합동으로 정확한 피해규모와 원인을 파악하기 위한 진상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고는 지난 4월 캐나다군 네명이 숨진 이래 올 들어 최대 규모의 미군 오폭사고다.

이와 관련, BBC방송은 미 국방부 통계를 인용해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 폭격의 25%는 목표에 적중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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