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진짜 속셈 뭘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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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북한이 서해상 군사도발 사태의 와중에서도 민간교류 등을 예정대로 진행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군 당국과 전문가들은 북측의 이런 움직임을 통해 도발 의도를 분석하고 향후 남북관계의 향방을 가늠하는 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북측 숨은 의도 뭘까=고위 당국자는 "선제 기습도발이 군부의 현장판단이었는지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 등 최고지도부가 개입된 조직적인 움직임이었는지를 따져보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현장 발포에는 분명히 군사적 의도가 담겨 있겠지만 과연 어느 윗선까지 개입된 행동이냐 하는 얘기다.

최고위층의 의중이 담긴 치밀한 작전이라면 북한정권이 이미 김대중 정부와의 결별을 준비하고 있다는 징후라는 견해도 있다.

대북지원의 단절은 물론 당국대화의 경색까지 불러올 사태를 각오했다는 점 때문이다.

상층부의 지시없이 일선 군부에서 벌인 사태라 해도 문제는 없지 않다.

그동안 공을 들여온 미국과의 대화를 목전에 두고 회담 테이블을 뒤집어엎는 행동을 취할 정도로 군부 강경파의 입김이 거세다는 방증이라는 점에서다.

이럴 경우 북측 지도부와 대남 관계자들도 당혹스러운 입장일 수 있다.

하지만 정작 정부의 고민거리는 국민의 따가운 시선이다.

꽃게잡이를 위한 월경(越境)이나 우발적 도발이란 분석이 설득력이 없을 상황에서 북측의 조직적·의도적 행위라는 점을 규명해 나가야 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기 때문이다.

군 정보 관계자는 "북한 지휘부의 통신내용 감청이나 미군의 정찰위성 자료 등을 바탕으로 한 면밀한 분석이 이뤄지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 간 교류·협력은 순항=남북관계가 냉랭한 가운데 2일 북한 경수로 발전소의 운영을 감독할 핵(核)안전규제요원 25명이 당초 예정대로 입국해 한달 가까운 남한 체류 연수 일정에 들어갔다.

또 장을병(張乙炳)정신문화연구원장이 도발 사태 후 처음으로 학술교류 협의를 위해 평양에 들어갔다.

북한 민족화해협의회도 8·15 남북 민간행사 개최 문제와 관련, 우리측 추진본부가 "오는 9일부터 13일까지 평양에서 실무접촉을 갖자"는 제의를 한 데 대해 받아들인다고 통보해왔다. 앞서 교전 당일인 지난달 29일 오전에는 50명의 남측 민간인이 방북했다.

또 도발 이튿날인 지난달 30일에는 북한의 조선축구협회 이광근 회장 명의로 "남조선 축구선수단의 월드컵 선전을 축하한다"는 서신을 보내오는 등 유화 제스처를 펼쳤다.

이와 관련,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도 군사적인 충돌사태와 민간차원의 경협·대북지원 문제는 분리해 대응하는 이원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2003년 완공 예정이었으나 지연되고 있는 경수로 건설의 경우 남북 간의 문제가 아니라 국제기구인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와 북측의 사업이란 논리로 북측 인사의 남한 방문을 밀어붙인 것으로 판단된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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