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영화·음반·방송 월드컵 후광 업고 '밖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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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예상을 뛰어넘은 월드컵 성적표가 우리 대중문화 산업의 세계화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영화·애니메이션·음반·방송 등 분야의 해외 담당자들은 월드컵 코리아의 이미지를 실질적 마케팅 효과로 끌어내기 위해 잰걸음을 놀리고 있다.

◇바이어를 잡아라=한국·독일전이 끝난 뒤인 6월 26~28일 열린 제6회 홍콩 영화 견본시에서 사람들의 관심은 한국영화에 집중됐다.

행사에 참가했던 CJ엔터테인먼트 해외업무팀 윤홍기 부장은 "네덜란드 주요 영화사 중 하나인 터치 필름웍스측은 요즘 한국 영화를 수입하면 잘될 것 같다며 매우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말하고 "미국·호주·말레이시아·필리핀·인도네시아 등과 '공동경비구역 JSA'에 대한 구체적 협상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JSA'는 4일 독일의 20여개 극장, 5일 덴마크의 20여개 극장에서 개봉할 예정이어서 업계에서는 유럽 국민들의 반응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윤부장은 "지난해 베를린 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던 'JSA'의 경우 이번 독일전에서 한국이 집중조명돼 저절로 홍보가 됐다"며 "독일업자들도 상당히 기대하고 있어 월드컵의 위력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해외 견본시서 관심집중

곧 개봉할 팬터지 액션 어드벤처물 '아 유 레디?'와 SF액션 블록버스터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등에 보인 외국 바이어들의 반응에 자신감을 얻은 국내 영화사들은 토론토 국제영화 견본시(9월), 밀라노 국제영화 견본시(11월) 등 각종 필름 마켓에서도 월드컵 이미지를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음반업계는 오는 8월 15일부터 3일간 독일 쾰른에서 열리는 국제음반견본시 팝콤을 해외진출의 교두보로 삼을 예정이다. SM·이클립스·레볼루션 no.9·예전미디어 등 20개 업체들은 '붉은 악마'T셔츠 및 관련 영상물을 준비해 홍보효과를 극대화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SBS 월드컵 중계방송에 다양한 그래픽·DB 자료를 선보인 벤처기업 스포츠 데이터 뱅크(SDB·대표 민대기)는 일본 J리그·유럽 프로리그에 시스템 수출을 계획하고 있다. 이미 지난달 초 일본의 디지털방송 콘텐츠제공사인 도쓰사로부터 업무협력 논의를 받았다. 민대표는 "한국의 중계 화면이 화려하고 정보를 많이 제공하는 반면 유럽이나 미국 등의 화면은 심심한 편이라 가능성이 크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이 여세를 영화제로=영화진흥위원회 해외진흥부 이건상 부장은 "높아진 국가 위상을 영화 강국으로 연결시키는 방안으로 각국 영화제나 영화주간 행사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현재 제37회 카를로비바리 영화제(4~13일)에는 '괜찮아 울지마''취화선''무사' 등이 초청됐고, 김기덕 감독 특별전도 열린다. 또 제51회 호주 멜버른 영화제(23일~8월 11일)에는 김기덕 감독의 7편 등 모두 14편이 초청된 상태. 이밖에 제 26회 캐나다 몬트리올 영화제(8월 22일~9월 2일), 제 59회 베니스 영화제(8월 29~9월 28일) 등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붉은 악마'옷 입고 홍보

월드컵 기간 중 프랑스 안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 대상을 받은 '마리 이야기' 역시 대상 프리미엄에 높아진 이미지까지 힘입어 잇따른 러브콜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시네마서비스 국제팀의 임윤주씨는 "멜버른 영화제에 이어 세계 3대 팬터지영화제로 꼽히는 스페인 시체스 영화제(10월), 제 23회 하와이영화제(11월)에 초청을 받아 참가를 확정지었다"고 말했다.

◇새로운 문화강국을 위하여=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에는 인도·홍콩·중국 등 아시아 영화인들이 한국 월드컵 대표팀을 격려하는 찬사와 위로의 글을 잇따라 보내 화제가 되고 있다.

김지석 부산영화제 프로그래머는 최근 인도의 샤지 카룬 감독이 "모든 것이 유럽이 우위라는 그들(유럽인들)의 신념을 흔들어놓았다. 한국팀이 이뤄낸 세계 수준의 경기는 아시안으로서 매우 자랑스럽다"는 전문을 보내왔다고 말했다. 이밖에 홍콩의 영화평론가 지미 초이, 싱가포르의 로이스톤 탄 감독, 베트남의 닷낭민 감독, 중국의 친린시에 감독도 아시아인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됐다는 내용의 격려성 글을 보내왔다.

영화평론가 전찬일씨는 "축구로 높아진 해외 지명도와 전대미문의 활황세를 보이고 있는 내부 에너지를 결합하면 일본·홍콩에 이어 아시아의 영화 종주국이 될 수 있다"며 "스타감독·스타배우 양성, 시나리오 완성도 높이기에 더욱 힘을 쏟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형모·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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