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보스니아 PKO 연장 거부 <평화유지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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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유엔본부(뉴욕)=신중돈 특파원] 미국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서 유엔의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평화유지활동을 향후 6개월 연장하는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 유엔 평화유지활동(PKO)이 위기에 처했다.

평화유지활동은 회원국들로부터 지원받은 병력을 유엔이 분쟁지역에 파견, 무장해제·치안유지·민정 수립 등의 역할을 하는 것을 말한다.

미국이 거부권을 행사한 이유는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에서 유엔경찰단(IPTF)에 속한 미군이 작전과 관련된 문제로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의해 기소되는 일이 없도록 면책권을 부여해달라는 요구가 다른 이사국의 반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은 데 따른 것이다.

존 니그로폰테 미국 유엔주재 대사는 "위험을 무릅쓰고 평화유지활동을 하는 미국 군인들이 정치적 이유로 국제사법재판소에 기소되는 일까지 감수하게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의 거부권 행사로 당장 평화유지활동이 중단될 위기에 처하자 미국과 다른 안보리 이사국은 이날 일단 '72시간(3일) 연장안'을 의결하고, 곧바로 의견 조율에 들어갔다. 그 사이 해결책이 나오지 않으면 보스니아 평화유지활동은 3일 자정(현지시간) 종료된다.

이럴 경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에 파견한 1만8천5백명 규모의 평화유지군(SFOR)의 향후 활동에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1995년 내전 종식 후 이뤄진 유엔의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평화유지활동(UNMIBH)을 펼치는 46개국 파견 1천8백23명의 IPTF 가운데는 미국인이 46명 포함돼 있으며, SFOR에는 미군 2천명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미국은 보스니아의 전략상 중요성을 감안해 평화유지군을 유지할 것임을 재확인했다.

문제는 미국과 다른 나라들 사이의 이견이 해소될 가능성이 작다는 점이다.

미국은 유럽 소속 안보리 이사국들이 "미국에는 1년간 ICC의 기소를 면제해주겠다"고 타협안을 제시했으나 거부했다.

프랑스 등 주요 안보리 이사국들은 "미국은 유엔의 평화유지활동을 위협하고 자국 이기주의를 드러내고 있다"고 비난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이번 사태는 향후 유엔의 평화유지활동에 대한 불확실성을 높이게 됐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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