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의약분업'자화자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의약분업을 하기 전엔 불편한 게 없었다. 분업 후 건강보험료가 왕창 올랐다. 누구를 위한 의약분업이냐."

지난 28일부터 보건복지부 홈페이지(www.mohw.go.kr)에는 한동안 잠잠하던 의약분업에 대한 비판 의견이 쏟아져 들어왔다. 일부는 "의약분업이 전혀 필요없다"는 등의 극단적인 표현까지 썼다.

이들이 흥분한 이유는 복지부가 지난 27일 밝힌 '의약분업 2주년 성과'가 너무 장밋빛 평가·전망을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2000년 7월 시행한 의약분업의 공과를 분석해보니 약국의 임의조제가 금지되고 환자들이 의사에게 적정 진료를 받게 되는 등의 효과가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물론 전적으로 틀린 말은 아니다. 항생제·스테로이드제 사용량은 다소 줄었다. 시민들이 병원과 약국을 오가는 불편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효과 만큼이나 문제점도 불거졌다. 적지않은 국민들은 "부담이 크게 늘었는 데도 서비스는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고 느끼고 있다. 정부는 분업에 따른 추가 부담이 1조6천억원이라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의료계는 추정했다.

또 항생제 사용량이 줄긴 했지만 고가약(高價藥) 처방은 증가했다. 덩달아 항생제 구입 비용이 늘었다. 이와 함께 약효는 더 강해져 항생제 오·남용이 줄어들었다고 단정하기에는 찜찜한 구석이 있다.

정부는 올 상반기 1천6백억원의 흑자를 낼 정도로 건보 재정이 안정됐다고도 했다. 정부 대책의 효과가 나타났다고 내세우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올해 배정된 국고보조금의 80%인 2조원을 상반기에 끌어다 쓴데다 건보료를 6.7% 올린 게 재정안정화의 주 원인이 됐다. 하반기 이후 재정 상황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억지 춘향식으로 성과만 홍보한다면 국민이나 관련 업계 종사자들이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을 복지부는 깨달아야 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