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4대법안 처리놓고 양보없는 대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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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 등 4대 법안처리를 둘러싼 여야 대치가 세밑 정국을 달구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국회의장에게 국회법에 따라 의사진행을 할 것을 촉구했으며 한나라당은 날치기 시도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천정배 원내대표는 29일 오전 확대간부회의에 참석해 4대 입법 처리문제와 관련, "한나라당이 냉전 수구적 자세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아 4인 대표회담에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전제, "의회 민주주의를 정면으로 부정하고, 협상에 임하지 않고, 운영도 가로막고 있어 다른 도리가 없다"며 국회의장의 직권 상정을 촉구했다.

그는 이어 "개혁입법은 우리에게 부여된 시대적 당위"라며 "돌멩이 하나로 역사의 도도한 강물을 막을 수 없다"고 4대 입법 처리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그는 전날에도 4대 입법과 투자활성화 관련 3개 법안의 직권상정과 연내처리를 촉구하는 서한을 김 의장에게 전달했고, 김 의장과의 만찬에서도 직권상정을 요구했다.

천 원내대표는 "한나라당을 비롯한 야당 의견을 존중하고 있지만 '소수가 합의해주지 않으면 어느 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은 민주주의도, 의회주의도 아니다"라며 "짧은 시간이지만 오늘 오후 본회의와 내일로 예정된 본회의를 통해 예산안과 파병안, 민생입법 처리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일부 국회 상임위가 파행을 빚고 있는 상황에 대해 "운영위에서는 한나라당이 폭력적으로 가로막았고, 복지위에서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고의로 불참해 의결정족수가 안돼 국민연금법 처리가 무산됐다"며 "(한나라당이) 경제활성화 법안까지 물리적으로 저지하고, 고의로 불참함으로써 무엇을 얻으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이 나라 경제가 잘못돼야 한나라당이 산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한나라당은 29일 '4인대표회담'이 성과없이 끝나자 열린우리당이 쟁점법안을 본회의 직권상정을 통해 연내처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데 대해 "반의회적 발상"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한나라당은 또 김원기 국회의장에 대해 직권상정을 거부할 것을 촉구하며 여당에 대해 4인 회담 재개를 통한 원만한 합의처리를 거듭 주장하고 나섰다.

김덕룡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전날 국회 운영위와 행자위에서 여당 의원들이 기금관리기본법과 과거사법 등을 단독처리하려다가 이를 저지하는 야당과 몸싸움을 벌인 점을 거론, "여당이 4인회담 첫날 국민 앞에서 약속한 합의처리를 완전히 배반하고 분별없는 행동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김 원내대표는 여당의 '국회법대로 처리' 주장에 대해서도 "마치 국회법이 날치기를 정당화하는 것처럼 말한다"면서 "국회법을 관통하는 정신은 여야합의"라고 주장했다.

이규택 최고위원은 여당 의원들의 '국가보안법 폐지안 연내처리 농성' 등을 언급, "국회가 80년대 운동권들이 나섰던 대학로 비슷하다"면서 "많은 국민들은 현재 국회로는 안된다. 국회 해산결의안을 제출해서 다시 판을 짜야겠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전했다.

이한구 정책위의장은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김 의장 성품으로 볼 때 직권상정은 안할 것으로 본다"면서 "만약 직권상정이 이뤄진다면 정치가 결단날 것이며 야당은 장외로 나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여옥 대변인은 논평에서 "다수당과 소수당의 '합의'야말로 의회주의를 떠받들고 있는 기둥"이라면 "국회의장에게 직권상정을 요구하는 여당이라면 '책임다수당'의 자격이 없다. 그 자체가 수치스런 일"이라고 말했다.

전 대변인은 특히 직권상정을 주장하는 여당내 운동권 출신 강경파를 겨냥 "민주화를 내세웠지만 가장 끔찍한 반민주집단"이라면서 "그들은 한국의 의회주의를 불치의 병에 빠뜨리기 위해 악성바이러스를 맹렬한 기세로 퍼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연합뉴스, 디지털뉴스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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