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의 간단 명료한 말 국어교사로서 감탄스러워 말하는 방법 잘 가르쳐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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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오늘밤엔 우리 축구팀이 터키와 어떤 경기를 보여줄까. 내가 더 궁금한 것은 승부의 결과보다도 경기 후 히딩크 감독의 말이다. 최근의 경기 내용과 결과도 놀랍지만 그때마다 언론매체를 통해 접하는 그의 말은 늘 그 이상의 신선한 충격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아직도 배가 고프다." 16강에 오른 뒤의 그 말은 얼마나 간명하고 정확하게 자신의 의지를 표현했는가. 그것은 또 얼마나 깊고 넓게 온국민의 마음에 다가왔는가.

그는 화려한 수사나 기교 없이도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전후 맥락을 고려한 언어를 재치와 유머·절제로 무장하여 완벽하게 구사한다. 더구나 인상적인 제스처까지 곁들여지니 국어교사인 나로서는 살아있는 말하기 교과서를 만난 듯 반갑고 기쁘다.

자, 요즘처럼 학생들이 신문 스포츠면에 온통 얼굴을 파묻고 있을 때, 히딩크에서 출발해 언어구사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또 실제로 어떠한지 깨우쳐 주며 관련도서들을 읽게 해 보자.

먼저 그가 한국에 온 이래 최근까지 해 온 말들을 신문이나 인터넷을 통해 모은 뒤, 당시 상황에서 히딩크가 어떤 말로 자신의 난관을 돌파하고 의지를 관철해 나가는지, 얼마나 효과적으로 의사 소통을 하는지 따져보게 한다. 말을 잘 한다는 것이 단지 혀를 잘 놀리는 재주가 아니라는 점도 명확히 해 두자.

그리곤 관련 책들을 읽게 유도한다. 다만 이 책들은 대개 너무나 규범적인 화법 교과서나 직장인을 위한 성공 화술 안내서들에 치우쳐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자.

또 대화·토론·토의·인터뷰·면접·연설·사교·협상, 나아가 유머기법에서부터 정신치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실제상황과 분야에 걸쳐 수많은 책들이 펼쳐진다는 점도 알아 두자. 이 모든 점들을 충족해주는 말하기 책들은 정말 찾기 힘들다. 당연히 많은 책들을 훑어 보면서 몇 쪽이라도 도움이 되는 대목들을 찾아 읽는 독서법도 필수적이다.

몇 권을 가볍게 추천해 본다. 『당신도 말을 잘 할 수 있다』(바버라 월터스, 박이정), 『대화의 기법 110의 법칙』(김평옥 엮음, 경영출판사), 『효과적인 의사소통을 위한 기술』(매튜 매케이 외, 커뮤니케이션북스), 『리더로 키우려면 말부터 가르쳐라』(이정숙, 가야넷)과 『사람과 말하는 것이 즐겁다』(글읽는세상), 『성공을 부르는 말 실패를 부르는 말』(후쿠다 다케시, 베텔스만코리아), 『협상의 법칙』(허브 코헨, 청년정신) 등이다.

말과 글, 사고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우리의 말하기 교육이 제대로 되고 있지 못해 글과 사고, 감성까지 아우르는 독서 교육이 성공을 거두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독서와 독서 교육에 관심을 두었다면 말하기에 관한 서적들도 탐독해 봐야 마땅한 게 아닐까. 나는 히딩크 수준의 언어 구사력을 꼭 우리 아이들 모두에게 가르쳐 주고 싶다.

<'책으로 따뜻한 세상 만드는 교사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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