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보수 우파, 어떻게 미국인의 생각을 ‘납치’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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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하이재킹 아메리카
수전 조지 글
김용규·이효석 옮김
산지니, 356쪽
1만8000원

1965년 미국의 주간지『타임』은 “우리는 현재 모두 케인스주의자들”이라고 공언했다. 정부의 시장 개입과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수정 자본주의’, 사회민주주의가 시장 불개입· 최소 정부를 옹호하던 보수주의와의 대결에서 승리했다는 선언이다. 그러나 1980년 로널드 레이건이 대통령에 취임한 뒤 미국은 급격히 보수로 기울었다. 이후 30년간 신자유주의자·네오콘으로 불리는 우파가 정계·재계· 학계 및 사회·문화 전반의 헤게모니를 장악했다. 오바마에게 백악관을 내줬을지언정 미국의 우파는 여전히 건재하다.

반(反) 세계화 운동의 이론가이자 실천가인 저자는 한때 고사 위기에 몰렸던 우파가 미국, 미국인의 사고를 바꿔놓은 과정을 ‘납치(Hijacking)’라고 평가한다. 거대 기업, 부유층이 후원한 재단·기금은 보수적 이념에 투철한 엘리트와 연구소·기관(싱크탱크)을 지원했다. 이렇게 양성된 엘리트들은 학계·미디어에서 우파 이데올로기를 전파했다. 성경을 문자 그대로 믿는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은 풍부한 자금과 정치력으로 전체 개신교, 나아가 천주교까지 우측으로 기울게 했다. 정치와 경제, 종교와 학문의 ‘우파 연합’이 미국 문화의 헤게모니를 “서서히 그러나 효과적으로 접수했다”는 설명이다.

우파의 득세를 저주하고 좌파의 패주를 개탄하는 저자의 시각은 독자를 다소 불편하게 만들지 모른다. 영국 노동당이 주창한 ‘제3의 길’마저 신자유주의에 대한 ‘투항’ 쯤으로 취급하는 이분법적 사고 역시 공감하기 어려울 듯. 하지만 현대 미국을 움직이는 보수 세력의 어제와 오늘을 방대한 자료를 통해 조명한다는 점 만으로도 충분히 읽어 볼 가치가 있다.

천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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