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압박수비냐 … 공격력이냐 스페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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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22일 광주 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지는 한국과 스페인의 8강전은 스페인의 예리한 '창'과 한국의 탄탄한 '방패'가 격돌하는 한판이 될 전망이다. 한국은 폴란드와의 첫 경기 이후 이탈리아와의 16강전까지 네 경기에서 단 2실점을 기록했다.

경기당 평균 0.5실점. 8강 진출국 가운데 독일·잉글랜드(이상 1실점)에 이어 최소실점 3위에 올라 있다.

반면 스페인은 슬로베니아와의 첫 경기 이후 아일랜드와의 16강전까지 모두 10골을 넣었다. 경기당 평균 2.5골. 8강 진출국 가운데 브라질(13골)·독일(12골)에 이어 팀 득점순위 3위다.

한국을 위협하는 스페인 창의 두 날은 라울과 페르난도 모리엔테스다. 네 경기에서 각각 세 골씩 넣어 둘이 합쳐 팀 득점의 60%를 따냈다. 노장 수비수 페르난도 이에로도 두 골로 그 뒤를 따르지만 모두 페널티킥이었다는 점에서 순도가 떨어진다.

한국의 방패가 그동안 보여준 위력은 미드필드부터의 강한 압박과 협업을 기본으로 하는 수비조직력에서 나왔다. 이에 따라 스페인전에 나서는 한국의 선발 라인업에는 큰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수비라인의 경우 김태영-홍명보-최진철로 이어지는 스리백을 내세울 가능성이 크다.

이는 스페인이 전통적으로 4-4-2 포메이션의 팀이어서 라울이 못 나올 경우 후안 카를로스 발레론을 끌어올려 모리엔테스와 투톱을 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약 모리엔테스가 원톱으로 서는 4-5-1포메이션을 택할 경우 한국은 포르투갈전 때처럼 김태영을 앞으로 빼 수비형 미드필더로 세우고, 좌·우 측면의 이영표·송종국을 수비에 가담시키는 포백수비를 쓸 가능성도 있다.

미드필드 역시 전·후·좌·우에 각각 유상철·김남일·이영표·송종국을 배치하는 등 변화는 없다.

그러나 김남일의 발목 부상 회복이 더딜 경우 이을용이 좌측에 서고 이영표가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올 수도 있다.

이탈리아전 동점골의 설기현과 역전골의 안정환 및 포르투갈전 결승골의 박지성도 상승세를 타고 있는 만큼 스페인전에서도 최전방을 지킬 전망이다.

이에 맞서는 스페인은 라울의 부상 회복이 전술구사의 관건이다. 21일까지의 상황으로는 그의 출전이 불투명하다. 라울이 나오지 못할 경우 모리엔테스가 원톱으로 서고 그 뒤에 발레론이 처진 스트라이커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

미드필드에서 발레론의 좌·우에는 루이스 엔리케와 가이스카 멘디에타가 서고, 루벤 바라하와 이반 엘게라는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올 것 같다.

스페인의 수비라인은 부상에서 회복한 엔리케 로메로가 좌측을, 카를레스 푸욜이 우측을 맡으며, 노장 미겔 앙헬 나달과 페르난도 이에로가 중앙을 담당한다.

그러나 한국의 빠른 공격수들을 대비해 36세의 나달 대신 엘게라를 수비수로 돌릴 수도 있다. 라울을 대신해 디에고트리스탄을 기용할 것을 한때 검토했으나 트리스탄의 컨디션이 나빠 발레론이 공격에 적극 가담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스페인을 상대로 한 역대 A매치 전적에서 1무1패(90년 월드컵 1-3패, 94년 월드컵 2-2무)를 기록 중이며, 올림픽 대표팀은 2000년 시드니에서 0-3으로 패한 바 있다.

광주=장혜수·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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