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사과 고려 구속시간 앞당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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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홍업씨 비리 의혹을 둘러싸고 꼬리를 문 스토리는 21일 그의 구속으로 1차 매듭됐다.

구속영장을 발부한 서울지법 영장전담 황한식(黃漢式)부장판사는 "범죄에 대한 소명이 충분하다"며 발부 사유를 밝혔다.

홍업씨는 영장이 발부된 직후인 오후 7시20분쯤 "억울하지 않으냐"며 심경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굳은 표정으로 "죄송합니다"라고 짤막하게 답한 뒤 호송차에 올라 서울구치소로 향했다.

구속 집행이 되는 순간 대검 청사 앞을 지키던 홍업씨의 대학 동기인 영화배우 한지일씨 등 두명은 "홍업아 힘내"라고 울부짖기도 했다. 한씨는 "홍업씨는 군사정권 시절에 돈이 없어 머리를 깎지 못할 정도로 어렵게 지내기도 했다"며 "현 정권 들어서도 어려운 사람들을 도왔지, 정권의 황태자는 결코 아니었다"고 말했다.

홍업씨에 대한 구속 집행 시간은 당초 오후 8시로 잡혔으나 김대중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문 발표시간(오후 7시30분)을 고려해 7시20분으로 앞당겨졌다.

홍업씨는 이날 구속영장에 대한 실질심사를 신청하지 않았다. 홍업씨 측 유제인 변호사는 "홍업씨가 자신이 구속될 것으로 예견했는지 번거롭다며 신청을 포기했다"고 밝혔다. 柳변호사는 "검찰이 밝힌 범죄사실 중 90%가 인정할 수 없는 부분이라 실질심사를 신청하자고 주장했지만 홍업씨가 반대했다"고 설명했다. 柳변호사는 또 "홍업씨의 부인을 통해 가족들에게 진행 상황을 전했다"고 덧붙였다.

柳변호사는 "최대 2억6천만원을 받은 사실은 의심받을 수 있는 부분이지만 범죄 혐의가 있다고 인정할 수는 없다"며 "홍업씨는 청탁 등의 대가로 돈을 받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올 초 홍업씨의 수십억원대 자금의 존재를 최초로 들춰냈던 차정일(車正一)특별검사는 이날 소감을 묻는 기자에게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특검 수사 때는 수사 범위와 기간 등의 문제로 김홍업씨 자금을 속시원히 파헤칠 수 없어 아쉬움이 남았다"며 "검찰 수사가 치밀하게 진행된 것 같다"고 평했다.

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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