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관방 ‘강제징용 개인보상’ 첫 시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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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 대변인인 센고쿠 요시토(仙谷由人·사진) 관방장관이 일제시대 강제징용자 등에 대한 일본 정부 차원의 보상 가능성을 언급했다. 센고쿠 장관은 징용자 등의 개인청구권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7일 밝혔다. 그는 이날 일본 외국인특파원협회(FCCJ) 주최 기자회견에서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개인청구권도 함께 소멸했다는 해석이) 법적 정당성이 있다고 해서 모든 게 끝나는 것이냐”며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정치적인 방침을 만들어 판단해야 하는 안건도 있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다”고 말했다. 지지(時事)통신은 “이는 일본 정부가 정치적인 판단으로 개인 보상을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시사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센고쿠 장관은 그러나 “좀 더 (일본 사회가) 성숙하지 않으면 안 되고, 더 대담한 제안을 아직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며 개인 보상 문제가 공식논의되기까지는 일본 사회의 분위기 형성이 좀 더 필요하다는 단서를 달았다.

한·일 협정 당시 일본 측은 ‘무상 3억 달러, 유상 2억 달러, 민간 차관 3억 달러’를 한국에 제공하기로 하면서 ‘(협정) 체약국 및 국민의 청구권에 관하여는 어떤 주장도 할 수 없는 것으로 한다’는 문구를 집어 넣었다. 양국 정부는 이 같은 문구를 근거로 “개인청구권까지 소멸했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한국 정부는 이후 소액이지만 일본 정부 대신 징용피해자 등에 대해 보상을 해 주고 있다.

센고쿠 장관은 이날 회견에서 일본의 한국에 대한 전후 처리가 불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과의 전후 처리 문제에 관한 질문을 받고 “하나씩 혹은 전체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고 할까. 일본의 입장을 분명히 밝힐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센고쿠 장관은 또 이날 총리관저에서 기자들에게 “(한·일 협정) 당시 한국은 군정 하에 있었다. 한국 국내 사정이라고 해서 우리가 모르는 일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반도 출신 강제징용자의 유골 반환 문제와 한국에서 유출된 문화재의 반환 문제, 재한 피폭자 문제 등을 언급하며 “하나씩 하나씩 역사적 사실을 직시하며 해결할 수 있는 것은 해결하겠다. 그렇게 하는 것이 일본인이 국제사회에서 존경받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지지통신은 7일 센고쿠 장관의 발언이 “한·일 양국 사이에 파문을 부를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권철현 주일 한국 대사는 8일 “상당히 전향적인 발언”이라고 평가했다. 또 김영선 외교통상부 대변인은 8일 정례 브리핑에서 “일본의 관방장관은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위치에 있으므로 관심을 갖고 협의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 “일본의 책임 있는 각료가 현안 문제와 관련해 전향적으로 보이는 발언을 한 것을 평가하며 과거사 문제에 관련해 일본 정부가 좀 더 성의 있는 조치를 취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도쿄=박소영 특파원, 서울=전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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