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불합리한 규제 철폐" 노무현 "시장질서 확립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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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나라당 이회창(會昌)대통령후보와 민주당 노무현(武鉉)대통령후보가 20일 연설 대결을 벌였다.

서울 힐튼호텔에서 열린 '한국 CEO(최고경영자)포럼(공동대표 윤병철 우리금융그룹 회장 등 세명)' 창립 1주년 기념식에서다. 둘은 그러나 상대의 연설을 듣지는 못했다.

후보가 떠난 뒤 후보가 도착했기 때문이다. 후보는 '정부 개입 철폐'를 강조했고,후보는 '시장 질서 확립'에 무게를 뒀다.

◇"한나라당은 반기업이 아닌 친기업적"=후보는 "자유시장경제가 신념"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규제 철폐와 개혁을 약속했다. "규제개혁기구·공정거래위·국세청·금감원 등 국가기구를 거듭나게 하겠다"거나 "기업이 자유롭게 투자하고 의사결정을 하도록 불합리한 정부규제를 혁파하겠다"고 다짐했다.

"정치자금 내지 않고,권력 눈치 보지 않아도 기업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친재벌적'이란 비판에 대해선 "한나라당은 반기업적이 아니라 친기업적 정당"이라며 "기업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뜻이지 재벌을 비호한다는 뜻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또 "경영투명성을 높이고 지배구조를 선진화하는 정책, 불법행위와 부실기업을 엄정하게 처리하는 정책은 과거 정권보다 확실히 하겠다""기업의 자유를 보장하는 정부가 서민과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일도 충분히 잘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후보를 겨냥한 발언도 했다. "글로벌 경제 전쟁 시대에 반기업적인 정치세력이 국가를 경영하면 어떻게 되겠는가"라고 말했다.

◇"나는 시장주의자"=후보는 '반시장적'이란 비판을 해명하는 데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노무현이 시장주의자 맞느냐고 하는데, 나도 우리나라 헌법질서를 공부한 사람"이라며 "이런 질문을 받는 것 자체가 어떤 면에선 후진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문제가 되는 부분이 분배구조이기 때문에 이를 강조하는 것일 뿐"이라며 "내 주장은 시장의 기본질서를 제대로 세우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서 있는 위치에서 속도(성장)가 늦으면 속도를 얘기할텐데, 마치 노무현은 차선(車線·분배)만 얘기하고 속도는 정지시키자는 것처럼 전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출자총액제한제에 대해 후보는 "시장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감시되고 있다면 폐지해야 한다는 생각이지만 여건이 안됐다"고 말했다.

강민석·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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