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수비수 어구스 '월드컵 징크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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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월드컵과의 '악연(惡然)의 끝'은 어디인가.

미국 월드컵 축구대표팀 베테랑 수비수 제프 어구스(34·새너제이·사진)의 8년여에 걸친 월드컵 불운이 요즘 화제다. 미국축구협회는 17일 오전 "어구스가 지난 폴란드전 때 입은 종아리 부상으로 이날 멕시코와의 16강전에 출전하지 못한다"고 발표했다.

어구스의 '월드컵 불운'은 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4년 미국 월드컵을 앞두고 어구스는 미국 대표팀에 선발돼 13차례의 평가전 중 12번이나 출전했다. 주전 수비수로서 사실상 전경기에 출장한 것. 자국에서 열리는 월드컵 출전의 꿈에 부풀어 있을 무렵, 그는 본선 개막을 코앞에 두고 갑작스럽게 대표팀에서 제외됐다.

당시 대표팀을 맡았던 유고 출신의 명장 보라 밀루티노비치(현 중국대표팀 감독)감독이 최종 엔트리 확정을 앞두고 "체격(1m83㎝·79kg)에 비해 발이 너무 느리다"며 전격적으로 탈락시켰다. 월드컵과의 불운이 시작된 것이다. 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는 스티브 샘슨 감독의 배려로 가까스로 엔트리에 포함됐다. 그러나 어구스는 미국팀의 조별리그 3전 전패를 벤치에서 지켜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이번 한·일 월드컵에서 어구스는 조별리그 세 경기에 주전으로 모두 선발 출전했다. 그러나 불운은 예기치 않은 곳에서 터졌다. 지난 5일 포르투갈전에서 상대 공격수 파울레타의 센터링을 걷어낸다는 것이 그만 발리슛(?)이 되어 자책골이 된 것.

또 10일 한국전에서는 페널티구역 안에서 황선홍을 넘어뜨리는 파울로 페널티킥을 헌납하기도 했다. 다행히 골키퍼 프리덜의 선방으로 골을 내주지는 않았으나 후반 33분 자신이 전담마크하던 한국의 스트라이커 안정환을 막지 못하고 동점골을 내주고 말았다.

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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