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5골 넣은 팀 틀림없이 탈락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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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이번 월드컵에서는 이런저런 징크스와 괴담(怪談)이 쏟아진다. 한국팀이 선전을 거듭하면서 대회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서 그런 것일까. 자고나면 새로운 '학설'이 나오곤 한다. 인터넷 사이트를 주무대로 세간에 퍼지고 있는 얘기들을 모아본다.

◇단군의 앙갚음설=한국을 상대로 5골을 넣은 팀은 이번 월드컵 무대에는 발을 붙일 수 없다는 설이다. 지난해 컨페더레이션스 컵에서 한국을 5-0으로 대파했던 프랑스는 조 꼴찌로 탈락했고,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조별리그와 지난해 평가전에서 한국을 각각 5-0으로 꺾은 네덜란드와 체코는 지역예선에서 모두 떨어졌다.

포르투갈이 조별리그에서 한국에 패한 것도 66년 잉글랜드 월드컵에서 같은 단군의 자손인 북한에 5-3으로 이긴 '원죄' 때문이라는 것이다.

◇36년 주기 답습설=북한은 월드컵 대회 창설 이후 36년 만에 결선 토너먼트에 진출했고, 한국은 북한이 결선에 진출한 지 36년 만에 다시 결선에 올랐다는 것. 당시 북한은 D조였는데, 올해 한국도 D조다. 북한은 당시 소련(동구)·칠레(아메리카 대륙)·이탈리아(서유럽)순으로 대결했는데, 한국도 이번에 폴란드·미국·포르투갈 순으로 경기를 치러 똑같은 코스를 밟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 북한(8강)과 마찬가지로 중요한 길목에서 이탈리아와 만났다.

◇2의 n제곱 괴담=조 추첨이 있었던 지난해 12월을 기준으로 FIFA 랭킹이 2의 제곱수가 되는 나라는 이번 월드컵에서 불운을 겪는다는 설. 2의 0제곱(1위)부터 1제곱(2위), 2제곱(4위), 3제곱(8위), 4제곱(16위)은 모두 쓴맛을 본다는 얘기다.

실제로 랭킹 1위인 프랑스와 2위인 아르헨티나가 탈락했고, 8위인 네덜란드는 지역예선에서 떨어졌다. 한국의 '16강 희생양'이 된 포르투갈의 당시 순위도 4위였다. 2의 4제곱(16위)인 스웨덴마저 16일 세네갈과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패했다.

◇DJ불패설=대통령이 관전할 경우 한국팀이 꼭 승리한다는 주장이다. 대통령이 참관한 폴란드와 포르투갈전에서 한국은 승리했지만, 반미감정을 고려해 참관하지 않은 미국전에서는 비겼다는 게 골자. 지난해 11월 한국-크로아티아 평가전이나 98년 도쿄에서 벌어진 한·일간 월드컵 예선전에도 대통령이 참석했는데 승리했다는 것.

◇펠레 징크스 등=축구황제 펠레가 월드컵이 개막하기 전에 우승후보로 지목한 나라는 꼭 부진을 면치 못한다는 '펠레의 저주'도 얘깃거리다. 펠레는 94년 월드컵 때 콜롬비아를 우승 후보로 꼽았는데 16강에도 오르지 못했고, 98년 월드컵 때는 스페인을 우승 후보에 올렸으나 역시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펠레는 이번 월드컵에서도 브라질과 함께 이탈리아·포르투갈·아르헨티나·프랑스를 우승후보로 지목했는데 이탈리아를 제외하고는 모두 초반 탈락했다.

'아'로 끝나는 나라는 조별리그에서 탈락한다는 얘기도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나이지리아·슬로베니아·크로아티아·러시아를 보라는 것. 그래서 이탈리아도 한국에 진다는 게 결론이다.

주정완·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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