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컴 열풍' 열도가 들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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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베코무상, 가코이이! (베컴 너무 잘생겼어요)."

월드컵 열기가 후끈 달아오른 일본 열도에서 "닛폰 간바레(힘내라 일본)" 다음으로 자주 들을 수 있는 말이다.

특히 젊은 여성들은 잘생겼다는 뜻인 '가코이이(또는 한사무)'란 말로는 모자란 듯 '초(超)가코이이(한사무)'라고까지 표현한다.

이번 월드컵 최고 인기스타 데이비드 베컴(잉글랜드·사진)은 월드컵 개막전부터 각종 인기도 조사에서 수위를 차지했다.

일본 스포츠호치가 조사한 축구스타 인기순위에서 동료인 마이클 오언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한 것을 비롯해 '섹시한 스포츠 스타' '헤어 스타일이 멋진 스타' 등 세부 분야에서도 1위를 휩쓸고 있다.

일본 언론은 '베컴 현상이 일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영국에선 베컴 덕분에 잉글랜드팀이 기대 이상의 인기를 누리고 있어 훌리건이 설칠 여지가 없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잉글랜드의 경기마다 일본 관중이 구름처럼 몰려들어 잉글랜드가 제2의 일본대표팀이란 말까지 들릴 정도다.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베컴의 '닭벼슬' 머리가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고, 방송사의 축구해설가도 잉글랜드전에는 베컴식 헤어스타일을 하고 나와 시청자들을 즐겁게 한다. 젊은 여성들 사이에는 '베컴'의 이름이나 잉글랜드 국기 모양의 보디 페인팅이 인기다.

일본 대표팀의 도다 가즈유키 선수는 최근 베컴 머리모양을 한 뒤 "베컴은 잘 생기기만 했을 뿐 내 머리가 진짜 모히칸 스타일"이라고 말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대형서점에선 『베컴』이란 책이 등장해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다.

베컴이 즐겨입는 특정 브랜드의 청바지도 젊은이들 사이에 불티나게 팔린다.

베컴이 지난주 훈련캠프 지역의 유치원을 방문, 볼에 뽀뽀를 해준 5세짜리 소녀는 언론으로부터 '초(超)러키 걸'로 불리며 인터뷰 공세에 시달리고 있다.

데일리 미러 등 영국 언론은 "경기 때마다 일본 관중이 열렬히 응원해줘 마치 홈그라운드에서 뛰는 것 같다"며 "이같은 인기의 중심에는 베컴이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잉글랜드 서포터인 마이클 허비(32)는 "일본 관중이 영국 국가를 따라 부르는 것을 보고 감격했다"며 "베컴이 외교관 1백명 이상의 몫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컴 때문에 잉글랜드 축구팬이 됐다는 우에다 기요미(24·회사원)는 "그는 영화배우 같은 외모에 매너가 좋은 데다 강렬한 카리스마가 느껴져 젊은 여성의 이상형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오이타=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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