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선 못오른 국가 기자 20여명 취재증 없어'귀동냥 취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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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우리 팀이 경기를 하는 건 아니지만 월드컵 소식을 기다리는 고국 팬들에게 이곳 열기를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어요."

16일 오후 서울 삼성동 코엑스 건물 4층의 국정홍보처 산하 외신취재지원센터(KOIS) 사무실. 월드컵 본선에 오르지 못한 온두라스·우크라이나·베트남·인도네시아 등 '축구 변방국' 기자 20여명이 분주히 드나들며 기사를 작성하는 곳이다.

이기자들은 국제축구연맹(FIFA)이 인증한 취재증인 AD카드를 가지고 있지 않다. 자국팀이 예선에서 탈락하는 등의 이유로 AD카드를 충분히 배정받지 못했기 때문.

AD카드가 없어 FIFA가 제공하는 각국 선수단의 훈련 일정이나 이동 시간 등 기초적인 정보조차 지원받지 못하고 있지만 이들은 다른 기자들에게 귀동냥하거나 호텔 로비 등의 '길목'을 지켜가며 취재하고 있다.

온두라스 '채널3' 방송국 기자 4명은 FIFA에서 온두라스에 배정한 네장의 AD카드로는 국민의 축구 갈증을 풀어줄 수 없어 지난달 말 무작정 한국행을 감행했다고 한다.

나움 바이야다레스(39)기자는 "서울시청과 광화문 일대를 가득 메운 붉은 옷의 길거리 응원 인파는 축구에 열광하는 중남미에서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며 "사진을 보냈더니 '컴퓨터로 처리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았을 정도"라고 했다.

인도네시아 유력지 '수아라메르데카'의 아난토 프라도노(36)기자는 AD카드 없이 취재하는 불편에 대해 "FIFA는 장삿속만 앞세운 현행 기준을 완화해 축구 열기가 높은 국가들에 더 많은 취재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일침을 놓기도 했다.

정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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