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빗장 열면 8강 신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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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초여름밤의 단꿈에서 깨어난 태극전사들의 눈빛은 다시 빛났다. 선수들의 눈에는 북한이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에서 이뤄냈던 8강 신화를 재현하겠다는 의지가 가득했다. "우리도 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짙게 감돌았다.

◇휴식과 회복훈련=한국 선수들은 포르투갈전이 끝난 14일 자정 무렵 숙소인 인천 파라다이스 올림포스호텔에 도착, 맥주 한잔을 곁들여 늦은 저녁식사를 한 뒤 잠자리에 들었다.

히딩크 감독은 네덜란드 출신 스태프들과 와인을 한잔 마신 뒤 잠자리에 들었으며, 한국인 스태프들은 호텔바에서 가볍게 술잔을 나누며 첫 16강 진출을 자축했다.

선수들은 15일 오전 숙소에서 휴식을 취했으며 오후 늦게 인천 문학경기장 보조구장에서 1시간 반 가량 가볍게 몸을 풀었다.

포르투갈전에서 전후반 90분을 뛴 선수들은 가볍게 몸을 푼 뒤 운동장에서 휴식을 취했다. 나머지 선수들은 공뺏기 훈련에 이어 6-6 미니축구로 다소 강도높은 훈련을 했다.

특히 미국전에서 부상했던 황선홍은 가벼운 몸놀림으로 여러 차례 멋진 골을 넣으며 이탈리아전에 대한 결의를 다졌다.

이날 훈련에는 최용수·박지성을 제외한 25명이 참가했다. 최용수는 허리부상이 아직 완쾌되지 않은 이유로, 박지성은 발목부상 재발이 우려돼 훈련에 불참했다.

대표팀은 16일 오전 16강전이 벌어질 대전으로 내려가 스파피아호텔에 여장을 푼 뒤 오후에는 삼성화재 연수원 운동장에서 이탈리아전에 대비한 본격적인 전술훈련에 들어간다.

◇경고누적된 한국선수 없다=한국은 조별예선 세경기 동안 홍명보(미국전)·박지성·차두리(이상 폴란드전)·김태영·설기현·김남일·안정환(이상 포르투갈전) 등 7명이 한 차례씩 경고를 받았다. 그러나 조별예선에서 받은 한차례의 경고는 16강전부터는 소멸된다는 규정에 따라 이탈리아전에 출전하지 못하는 선수는 없다.

조별예선에서 두차례 경고를 받은 이탈리아의 주전 수비수 파비오 칸나바로는 출전하지 못한다.

◇이탈리아 빗장수비를 깨라=한국팀은 이탈리아의 '빗장수비'를 무너뜨리느냐 여부에 승패가 달려 있다고 보고 대책을 마련 중이다.

'빗장수비'는 3~4명의 수비수들이 일자로 서 상대 공격진을 막아내는 가운데 전문 수비수를 두어 상대 공격수를 제압하는 것이 특징. 전문수비수를 제외한 선수들은 지역방어로 막고, 전문수비수는 상대편 골게터를 집중마크하는 방식이다.

현재 이탈리아 전문 수비수는 세계 최고의 수비수로 평가받는 파올로 말디니(34)가 맡고 있다.

그러나 한국 벤치는 이탈리아의 수비가 다소 느슨해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수비핵인 칸나바로(29)가 경고누적으로 뛸 수 없고, 크로아티아전에서 다리를 다친 알레산드로 네스타(26)도 제 컨디션이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히딩크 감독은 이탈리아 수비를 뚫기 위해 선수들에게 미드필드에서부터 강하게 압박하라는 주문을 내놓고 있다. 13일 멕시코전에서 상대편 미드필드진의 빠른 발놀림에 눌려 경기 내내 중앙에서 고전했던 이탈리아다. 이탈리아는 중앙에서 생긴 공백이 수비진의 부담으로 넘어오면서 후반 들어 멕시코에 실점기회를 빈번히 내줬다는 분석이다.

인천=장혜수·강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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