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 두토끼 사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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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국 축구대표팀의 포르투갈전 승리는 거스 히딩크 감독에겐 또 다른 의미를 갖는다. 바로 자신이 키워낸 한국팀을 통해 조국 네덜란드의 패배를 설욕한 것이다.

네덜란드는 이번 월드컵 유럽 지역예선에서 포르투갈·아일랜드·에스토니아·안도라·키프로스와 함께 2조에 속했다.

포르투갈·아일랜드 등 유럽의 강호들이 모인 2조는 독일·잉글랜드가 속한 9조와 함께 '죽음의 조'로 불렸다. 그래도 1998년 프랑스 월드컵 4위에 빛나는 네덜란드의 본선 진출을 의심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포르투갈이 네덜란드의 발목을 잡았다. 네덜란드는 지역예선의 분수령이었던 포르투갈과의 1차전에서 0-2로 패한 데 이어 2차전에서는 2-2로 비겼다.

이로 인해 네덜란드는 6승2무2패를 기록해 7승3무의 포르투갈은 물론 아일랜드에까지 밀려 월드컵 본선을 TV로만 지켜보는 신세가 됐다.

그만큼 포르투갈전에 임하는 느낌이 각별했던 히딩크 감독은 이날 승리로 한국 국민의 염원인 '16강 진출'을 이뤄낸 것은 물론 네덜란드의 설욕까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

히딩크 감독은 "유럽 예선 당시 나는 네덜란드팀 감독이 아니었고, 이번 승리는 한국 코치와 선수들이 따낸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그런데 여러분이 그 사실을 알려주니 그런 것도 같다"고 말했다.

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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